나는 왜 동물들과 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는 걸까?
이상한 질문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늘 고민해 왔던 주제다.
나는 사실, 늘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려 드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적에는 당연히 인간과 동물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인간이 더 우월한 존재라거나, 더 똑똑한 존재라서가 아니었다.
내가 순수하게 '인간'과 '동물'은 마치 '동물'과 '식물'이 다른 것처럼 분리된 존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책에서 사람이 포유동물이라고 소개했을 때, 어린 마음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동물이라고?
내 머릿속에서 동물의 정의는 '네 발로 걷고, 털이 복슬복슬하며, 나름대로 귀여운' 것들이었다. 그때 내가 알던 동물도 강아지, 고양이, 토끼, 소, 돼지, 양, 말 정도였다. 식물이 아니면 대부분 동물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는 '내장이 있고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며 이동이 가능한 걸 동물이라고 한다.'는 과학적 정의가 중요한 나이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냥 내 눈에 동물처럼 보이는 것들이 동물인 것이다. 그러니 사람은 동물이 아닌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책에서 사람과 동물은 명확히 구분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동물이라니?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우리가 정말 저 동물들과 같은 동물이라고?
내 나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를 믿지 않았다.
어린아이의 시선에서도 사람과 동물은 명확히 구분되는 존재였다.
지금 나는 당연히 사람이 동물이라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그때의 내가 왜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았는지는 확실히 이해한다.
동물은 늘 인간이 지키고, 아끼고, 돌봐줘야 하는 존재였다.
우리가 두 발이 걸으며 하늘을 볼 때 그들은 우리 밑의 땅을 보며 걷는 존재들이었다.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고, 간단한 훈련도 시킬 수 있는 존재였다.
말은 못 하지만, 털이 복슬복슬하고 까맣고 초롱초롱한 눈이 귀여워서 쓰다듬고 키우고 싶은 존재이기도 했다.
이는 동물이 친숙하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결국 동물은 사람 밑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모든 책에서 사람은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였다.
나도 본능적으로, 그들은 말도 못 하고 우리가 기르고 있으니 우리보다 낮은 존재라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동물과 사람을 구분하려는 것이 인간의 헛된 발버둥이라 느껴질 때가 있다.
'말 못 하는 짐승'이라는 말이 제법 웃기기도 하다.
그 어떤 동물이 말을 하는가?
어쩌면 우리가 말하는 짐승인 것뿐 아닌가?
인간은 자연에서 아주 늦게 나타난 존재다.
식물이 나타나고, 미생물이 나타나고, 진화하고, 그다음에 곤충과 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 다양한 동물이 나타났다.
우리는 그저, 아주 우연히 지능이 높게 진화했을 뿐인 영장류다.
우연히 불을 쓰게 되고, 이족 보행을 시작하며 뛰어난 두뇌를 가지게 되었을 뿐인, 영장류.
우리는 그냥 동물 중에서 가장 지능 높은 동물일 뿐이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 아니다.
자연은 지구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한 것이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 어떤 동물도 인간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고, 자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인간은 그게 마치 자기 것인 양 베고, 태우고, 낭비하고 있다.
인간이 없었다면 이 생태계는 여전히 평화로웠을 것이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아주 작은 먼지에 불과하다.
그저 똑똑한 먼지가 세상 모든 것을 이해해 보겠다 소리치며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우주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안 되는 행성에 사는 존재가 우주를 이해하겠다 소리치다니, 우주 입장에서는 우스울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자신만을 '고등'하다 여기고, 자신은 동물들과는 명확히 다르고, 그 어떤 동물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하며 심지어는 어떤 생물을 멸종시킬 권리마저 있다고 여기는 건 오만하게 까지 느껴진다.
인간도 그저 한 동물일 뿐 아닌가?
인간이 그 뛰어난 지능으로 본능을 한 번이라도 거스른 적이 있는가?
어떻게 자신만을 특별한 존재라 여길 수 있는가?
우리는 그저 우연히 태어난 존재일 뿐인데?
그런데,
늘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우리 집 강아지에게 먹이를 던져 주고 자연스럽게 집에 두고 나가는 걸 보면,
결국 나도 동물의 자유를 빼앗고 어쩌면 마음대로 번식할 권리마저 빼앗을 것일지도 모른다는 걸 생각해보면,
결국 나도 인간이라는 종을 벗어날 수 없음을 생각해보면,
나도 늘 고기를 먹고, 문명을 누리며 살고, 환경 오염에 일조하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결국은 그저 씁쓸해진다.
나도 결국은 인간이구나.
이기적이고 끝없이 오만한 인간이구나.
나는 평생 인간일 것이다.
다른 생물보다 지능이 높기에 조금 더 많은 것을 알테고, 네 발로 걷는 이들을 밑에서 내려다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생물의 자유를 뺏고 좁은 틀에 가둬놓은 걸 감상하며 즐거워할 때도 있을 것이다.
내가 내가 우습게 생각하던 그 인간이 아닌
다른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다른 생물과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면,
그들을 '보호' 해주려는 노력, 지구를 도우려는 노력, 인간들과 어울리며 내 옆에 있는 저 귀여운 강아지를 한 평생 사랑해주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인간으로 태어나 지니는 오만을 씻어낼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