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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Feb 14. 2024

결혼할 수 있을까?


 시간은 참 빠르다.

 어릴 적엔 이 나이면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려 2세 계획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내게 결혼은 먼 얘기니 말이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지 8년이 지났다. 어차피 사랑하지 않는 가족이라면 이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에 대한 결핍은 심장에 깊게 뿌리를 내려 나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명절이 되면 당연하게 나오는 결혼얘기, ‘너거 엄마 하곤 연락하냐’는 얘기, ‘무슨 일이 주말도 없이 일하냐’는 얘기가 듣기 싫어 시골에 가지 않은 지도 5년이 되었다. 엄마에 대한 결핍은 어느덧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 자체에 대한 혐오로까지 번졌다. 어김없이 가족 얘기가 나오는 게 싫어서, 나만 엄마 없이 가기가 싫어서, 명절이니 모여야 한다는 단순한 이유로 하나도 단순하지 않은 내가 상처받기 싫어서 굳이 혼자를 택하는 나다.


 가족이 해체되기 전이라고 우리 가족이 그렇게 화목하고 끈끈했던 것도 아닌데, 그렇게 복작복작 지지고 볶고 하던 것마저 그 정이 그립나 보다. 돌이켜보면 지옥 같던 시간이라 해도 울타리 없이 홀로인 것보다, 낡고 모나더라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는 것이 훨씬 더 마음이 든든하고 안정되나 보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자면 그 영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런 걸 보면 시간이 흐른다고 모든 것이 다 잊혀지고 무뎌지는 건 아닌가 보다.


 아빠는 이런 상처를 준 게 미안해서 내게 결혼을 강요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할 바엔 혼자 사는 편이 낫다고 말해주시곤 했다. 그런 아빠가 웬일로 내게 결혼에 대해 말을 꺼냈다. 삼십 대인 딸이 혼자인 게 내심 신경 쓰였나 보다.


 “아빠, 나도 결혼은 하고 싶어. 그런데 결혼은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잖아. 결혼은 나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부모님에 대한 설명도 필요한데, 이런 상황을 다 알고도 상대 집안에서 결혼을 이해하려면 모든 걸 뛰어넘을 만큼 내가 인정받아야 해. 그래서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


 아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의 이혼, 일하지 않는 가난한 아버지 그리고 작가지망생인 삼십 대인 나. 결혼은 현실이라는데, 현실적으로 결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스펙이다. 부모님이 이런 결정을 하고 아빠가 일을 안 하는 게 내 탓은 아니지만 대신 나는 이 모든 걸 구구절절 해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성공해야 할 임무가 생긴 셈이다.


 형제도 없고, 일찍부터 독립해서 사느라 외로움은 늘 탑재되어 있다. 가족이 너무나도 그립고 고프다. 나도 마음껏 사랑하며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다. 누구보다 가족과 사랑에 대한 갈망이 크다. 과연 나도 결혼이라는 제도에 들어갈 수 있을까. 나도 지독한 혼자의 시간을 벗어나 믿고 의지하고 함께할 수 있을까?


 결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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