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장소.

내 집 다시 되찾기.

by 봄 원


다들 그런 장소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그곳에만 가면 남들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한 모습으로 진정한 내가 되는 곳.

누군가에게 그곳은 집안의 이불속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목욕탕의 따뜻한 물속 한켠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동네 공원 나무아래의 있는 의자가 될 수도 있는 그런 곳.

나에게 그런 곳은 ‘교회’이다.

난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교회에 참석했다. 어린이집도 교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다니곤 했다. 또, 우리 집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엄마, 아빠 혹은 그 위에서부터 교회를 다니던 기독교집안이었기 때문에 언니와 나는

‘다 그런가 보다.’ ‘일요일은 교회 가는 날’이라고 당연스럽게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집보다 교회가 더 편했다. 집이 편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다만 교회에는 누울 수 있는 침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만의 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교회가 더 마음이 편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고 나는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다.

어쩌다 보니 아빠와 아빠 형이 사는 지역에 어느 한 학교 운동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여태껏 날 키워주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나의 친구이자 가족인 언니의 품을 떠나게 되었다.

아무리 가족이 곁에 있다지만 타지에서의 운동부 생활은 정말 쉽지 않았다.

운동 자체가 힘든 건 견딜 수 있었지만 운동부 내에 텃세와 괴롭힘은 견디기 버거웠다. 3~4시간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아빠 형이 기다리고 있다. 아빠네 집에서 살 상황이 안 됐어서, 어쩔 수 없이 아빠형 네 집에서 살게 되었는데 난 어릴 때부터 아빠형이 참 무서웠다.

많이 혼나기도 했고. 욕도 많이 먹기도 했고.

집 마저 불편한 사람이 있으니 난 어디 하나 맘 놓고 지낼 곳이 없었다.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 때 유일하게 등을 토닥여주며 나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준 분은 하나님뿐이었다.

매일 자기 전 내일이 오지 않게 해달라고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소리도 못 내고 울며 기도하다 지쳐 잠들곤했다.

그런 내가 교회와 멀어지게 된 건 중학교2학년, 년 초부터였던 것 같다. 주말훈련이 잦아지고 교회에 빠져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나에게 조울증이 찾아왔다. 잠이 많아지고 모든 게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주일에 휴가를 받아도 교회에 가지 않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죽을 만큼 힘들었다. 결국 나는 운동도 그만두고 학교도 그만두고 가족도 잃고, 친구도 잃고 꿈도 잃었지만 나의 가장 소중한 공간이자 집이었던 교회를 잃은 게 가장 허탈하긴 했다.


2025년 7월 3일 목요일.

많이 괜찮아진 요즘, 난 잃어버린 내 집을 다시 되찾으려 한걸음 한걸음 세상 밖으로 나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두 번 연속 새벽기도를 나 혼자 나갔다 왔다. 사람 많은 곳, 교회 근처만 가도 숨이 막히고 불안해 덜덜 떨던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이렇게 한 번 한 번 발을 뻗다 보면 옛날의 밝고 긍정적이던 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