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막의 연금술사 Aug 15. 2022

한 여름밤의 꿈같았던 7박 8일 레이오버 이야기

뉴질랜드 오클랜드&호주 애들레이드 비행

와!!!

로스터를 확인하자마자 터져버린 탄성.


7박 8일. 비행 픽업과 랜딩까지 계산한다면 약 9일가량의 대장정의 비행 스케줄이 내 로스터에 들어와 있었다.


일반적인 경우 타국에서의 레이오버는 하루를 넘지 않고, 짧은 경우는 20시간도 채 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번 8일가량의 레이오버 비행은 크루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비행 자체의 레이오버 시간이 길기도 하고, 호주 애들레이드와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왔다 갔다 하면서 두 곳에서 모두 레이오버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혹여나 도깨비님의 장난으로 (*13. 비행 뒷이야기-나는 어디로 편 참고) 비행 전에 스케줄이 바뀌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비행을 기다렸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레이오버 짐을 쌀 때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날씨 확인! 날씨를 검색하다가 깨달은 한 가지.

현재 호주와 뉴질랜드는 여름이 아니다!


두 나라 모두 약 8-13도를 넘나드는 기온에 중간에 비 예보까지 있어서, 겨울 짐에 우산을 챙기고, 일주일간 있을 약 4번의 비행 및 8일간의 레이오버에서 입을 옷가지들을 챙기고 보니 가방에 자리가 없더라...ㅠㅠ


그렇게 수화물이며 기내 가방이며 온갖 짐들로 가득가득 채운채 떠난 호주&뉴질랜드 비행.

그곳은 여름이 아니었지만, 나는 정말 한여름밤의 꿈같은 시간을 보내다 왔다.



# 호주, 애들레이드


나는 봄가을 이른 아침 특유의 차가운 공기를 매우 좋아한다. 도하에서는 맛볼 수 없는 차갑고도 신선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공원을 산책한 후, 카페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
일몰을 보기 위해 찾아갔던 글레네그 비치(Gleneg Beach). 해변가에 있던 다리가 영화 '라라랜드'를 연상케 해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던 곳. 다음에 꼭 다시 가고픈 곳.
해가 뜨기도 전에 도착한 모리알타 공원(Morialta Conservation Park). 공원이라기보다 산에 가까운데, 어쩌다가 길을 잃어서 산 꼭대기까지 등반했다.


# 뉴질랜드, 오클랜드

사화산인 마운트 이던 (Mount Eden/왼쪽), 실제로 보면 안이 움푹 패여있다. 페리를 타고 갔던 데번포트(Devonport)의 마운트 빅토리아(Mount Victoria)

 오클랜드에서는 대학교도 구경하고, 갤러리도 가보고, 동네 탐방도 했지만, 비가 와서 사진을 못 찍은 것들도 있었다.


# 음식들 (애들레이드&오클랜드)


호주와 뉴질랜드 모두 한식, 일식, 중식집이 많이 있어서 아시아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회전초밥도 먹으러 가고, 삼겹살집도 갔었는데 먹느라고 바빠서 사진을 깜빡했다...


카타르는 무슬림 국가라서 돼지고기의 반입이 엄격하게 금지되어있는터라 레이오버 시 돼지고기만 보이면 무조건 먹는다. 저 위에 보이는 누들 위의 토핑 된 고기도 돼지이다.


애들레이드에서 먹었던 손 만둣국도, 핫도그와 떡볶이도 너무너무 맛있었고,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인생 마라탕을 맛보았으며, 오래간만에 신선한 초밥도 먹었다. 뉴질랜드에서는 비 오는 날에 순댓국을 먹어서 너무 좋았고,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웍 누들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케이팝을 들으며 떡볶이를 먹고, 한국 라디오를 들으며 만두를 빚는 장면을 보고, 한국어가 도란도란 들려오는 곳에서 삼겹살을 먹고, 빗소리를 들으며 순댓국을 먹으니... 잠시나마 한국에 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들로 레이오버 때 잘 나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정말 알차게 보내다 온 것 같다. 비행 중 알게 된 한국인 동생과도 코드가 잘 맞아서 정말 둘이 신나게 놀았다. :)

역대 비행 중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신나고 즐거웠던 레이오버였던 듯하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삶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곳들이었고, 어딜 가도 초록 초록한 공원과 산이 있고, 탁 트인 푸른 바다가 있는 곳들이라서 너무 행복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운치가 있었고, 맑으면 맑은 대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런 좋은 레이오버가 또 언제 다시 올진 모르겠지만.

이렇게 또 한 템포 쉬고 몸과 마음을 충전했다는 것에 감사하며.


시차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밤... 호주와 뉴질랜드의 기억을 남겨본다.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a7lchemist/32

*다음 이야기* https://brunch.co.kr/@a7lchemist/33


작가의 이전글 R1 신고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