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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의 연금술사 Aug 30. 2022

아빠 새와 엄마 새

오늘 아빠 새가 말이야~ 어제 엄마 새가 말이야~

한국인 크루들끼리 모여서 수다를 떨다 보면 반드시 등장하는 단어.

'아빠 새'와 '엄마 새'.


이 말은 한국인 승무원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은어이다.


비행기의 기내는 프리미엄 캐빈과 이코노미 캐빈으로 나누어지는데,

프리미엄 캐빈을 담당하는 사무장님을 일명 아빠 새, 이코노미 캐빈을 담당하는 부 사무장님을 일명 엄마 새로 지칭한다.


한국인들끼리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더라도, 외항사의 특성상 많은 단어들이 영어이기 때문에 실생활에서는 이런저런 단어들을 한국인들만의 한국식 은어로 변형해서 부르고는 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그런 단어이다.


다만 아빠 새와 엄마 새는 포지션을 지칭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성별에 관계없이 말한다.

고로 여자던 남자던 사무장님은 아빠 새, 부 사무장님은 엄마 새로 불린다.


자. 그렇다면 퀴즈. 다음의 대화는 무슨 뜻일까?


버스에서 들리는 한국인들의 대화.

“언니~ 오늘 비행 어땠어요?”

“나 오늘 비행한 엄마 새랑 전에 비행한 적 있었는데, 사실 엄마 새가 아빠 새 거든? 근데 오늘은 엄마 새로 왔더라고. 아무튼 오늘 비행은 아빠 새랑 엄마 새도 너무 나이스하고 크루들도 다 좋아서 진짜 재밌게 일했어.”


번역해 보자.


“나 오늘같이 비행했던 부사무장님이랑 전에 비행한 적이 있는데. 사실 그분이 사무장님이시거든? 근데 오늘은 부사무장님 포지션으로 오셨더라고. (가끔 사무장님들도 부사무장 포지션으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오늘 비행은 사무장님이랑 부사무장님, 크루들도 다 좋아서 진짜 재밌게 일했어.”


라는 뜻이다.



비행을 하다 보면 좋은 아빠 새와 엄마새를 만날 때도 있고, 나에게는 맞지 않는 아빠 새와 엄마새를 만날 때도 있는데, 우리 항공사는 팀 비행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을 다시 만날 확률은 낮다.


좋은 크루들을 만나면 그들을 다시 볼 수 없음에 아쉽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그들과 다음 비행에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되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특히 아빠 새와 엄마새는 리더의 자리이기에 그들에게 많은 것을 보고 배우게 되는데, 때로는 좋은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배우게 되고, 때로는 한 명의 리더가 팀 전체를 어떻게 망칠 수 있는가를 보게 되기도 한다.


그들을 보면, 훗날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져 내가 엄마새 혹은 아빠 새가 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유형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물론 그전에 수많은 비행을 통해 경험을 쌓고 또 쌓아야겠지만 말이다.


내게 주어진 비행 하나하나가 미래의 나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힘을 내어 비행을 가본다.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a7lchemist/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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