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설명하지 않는 AI 설명서-1장

기술 용어 없이 읽는 현재와 미래의 기록

by 박지원

들어가며


이 글은 AI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AI가 무엇인지 정의하려고 애쓰지도 않을 것입니다. 딥러닝이니, 파라미터니, 트랜스포머니 하는 어려운 말들도 모두 걷어냈습니다. 대신 하나의 질문에서 함께 시작해보려 합니다.


"AI가 이렇게 똑똑해졌다는 말, 왜 들을수록 더 헷갈리는 걸까요?"


어떤 뉴스는 인간을 곧 뛰어넘는다고 하고, 어떤 전문가는 아직 멀었다고 말하지요. 누군가는 불안에 떨고, 누군가는 별것 아니라고 치부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 혼란의 틈바구니에 서 있습니다. 섣불리 편을 들거나 결론을 내리는 대신, 왜 우리의 말이 이렇게 갈릴 수밖에 없는지를 차분히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1장. 왜 갑자기 사람처럼 말하기 시작했을까요


"어제까진 엉뚱하더니, 오늘은 왜 이래?" 많은 분들이 AI에 대해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는 어딘가 어색했습니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고 답변은 딱딱했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말투가 부드러워졌고, 농담을 던지며, 마치 내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묻곤 합니다. "왜 갑자기 똑똑해졌어?" 하지만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AI는 갑자기 똑똑해진 것이 아닙니다. 물이 99도에서 100도가 되는 순간이 극적으로 보이지만, 그전까지 끊임없이 열이 쌓이고 있었던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데이터는 계속 늘어났고, 컴퓨팅 파워는 증가했으며, 알고리즘은 다듬어졌습니다. 그 세 가지가 임계점을 넘은 순간, 우리는 그것을 '갑자기'라고 느꼈을 뿐입니다.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인간 인식의 문제였던 것이지요.


AI가 똑똑해 보이기 시작한 결정적인 이유는 사실 단순합니다. 말이 통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타인의 지능을 판단할 때 지극히 인간적인 기준, 즉 언어를 사용합니다. 체스를 두거나 단백질 구조를 푸는 AI에게는 "대단하다"고 말할 뿐 "이해한다"고 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순간, 우리는 그 존재에게 사고와 의도를 부여하게 됩니다.


1950년대 앨런 튜링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기계가 인간처럼 대화한다면, 지능이 있다고 불러야 할까?" AI가 말을 잘하기 시작하자 우리의 판단 체계는 논리를 넘어 심리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말이 되니 생각이 있는 것 같고, 그러니 이해하는 것 같다고요. AI를 처음 써본 분들이 "이 정도면 거의 사람 아니야?"라고 하는 것은 칭찬이 아닙니다. 그것은 혼란의 표현입니다. 내 기준으로 설명이 안 된다는 뜻이니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AI에게서 여전히 이상함을 느끼곤 합니다. 자신 있게 틀린 말을 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기도 하지요. 이 모순이 바로 핵심입니다. 지능이 있다면 이러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얘는 이해하는 게 아니라 흉내만 내는 거야." 이 직관은 맞습니다. 하지만 설명은 조금 더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