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설명하지 않는 AI 설명서-2장

기술 용어 없이 읽는 현재와 미래의 기록

by 박지원

2장. 우리는 왜 '이해했다'고 느꼈을까요


우리는 흔히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된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좀 이상합니다. 이해했다는 말은 있는데, 정작 이해의 기준은 모호하니까요. 이해는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정보와 정보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이해는 외부에서 관측할 수 없는 내부 상태입니다. 누군가가 정말로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지요. 그래서 우리는 간접적인 지표를 씁니다. 설명을 잘하는가? 앞뒤가 맞는가? 자신감이 있는가?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생깁니다. 설명을 유창하게 하면, 우리는 그가 이해하고 있다고 믿어버립니다. 이것은 논리라기보다 인간 사회의 약속 같은 것입니다.


설명이 완벽해 보이는 순간, 우리는 그 정확성보다 완결성에 반응합니다. AI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듭니다. AI의 답변은 논리적이고, 맥락을 놓치지 않으며, 유창합니다. 즉, 인간이 이해했다고 판단하는 '표현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시킵니다. 이 순간, 우리의 판단 체계는 자동으로 작동합니다. "아, 이해하고 있구나."


우리가 뭉뚱그려 말하는 '이해'는 사실 여러 층위가 있습니다. 말로 푸는 '설명적 이해', 다음을 맞히는 '예측적 이해', 실제 상황에 대응하는 '행동적 이해'가 그것이지요. AI는 설명적 이해에는 아주 강하지만, 행동적 이해는 여전히 약합니다. 우리는 AI의 유창한 설명만 보고 행동까지 잘할 것이라 착각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기대가 빗나갈 때 혼란을 느끼게 되지요.


왜 우리는 AI를 보며 "이해하는 것 같다"와 "아닌 것 같다"를 끊임없이 오갈까요? 답은 이것입니다. AI는 우리가 이해를 판단할 때 쓰는 신호를 너무 정확히 흉내 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판단을 유보하지 못합니다. 이 진동 상태가 바로 지금의 혼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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