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은 정말 다 비슷한가-2장

아마존에서 K-Beauty가 길을 잃는 진짜 이유

by 박지원

Chapter 2
비교를 피하면 살아남는다는 착각


"비교만 안 당하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은 어느 순간부터 화장품 업계 전반에 조용히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먼저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생각이 너무 그럴듯했다는 점입니다.


비교는 언제나 패배로 끝난다


화장품은 비교에 최적화된 상품입니다. 같은 카테고리, 같은 용량, 같은 성분, 비슷한 제형. 그리고 비교의 끝에는 늘 세 가지 기준이 남습니다. 가격, 리뷰, 브랜드 인지도. 이 셋 중 두 개 이상에서 밀리면 게임은 끝납니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가 이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럼 비교 자체를 피하자." 아주 합리적인 판단처럼 보입니다.


기능 히어로의 몰락


한때는 '기능 히어로'가 답이었습니다. 여드름, 미백, 주름, 모공. 명확한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면 검색에도 걸리고, 설명도 쉽고, Before/After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전략은 스스로를 갉아먹기 시작합니다.


기능은 복제됩니다. 복제는 가격 경쟁을 부릅니다. 가격 경쟁은 리뷰 양극화를 만듭니다. 그리고 리뷰 양극화는 알고리즘의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이 시점에서 많은 브랜드가 기능을 내려놓습니다.


애매함이라는 유혹


기능을 내려놓은 자리에 무언가를 채워야 했습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이 바로 '애매함'입니다. "순한", "부담 없는", "데일리", "관리용".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아무도 반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드름을 고친다"는 말에는 반박이 붙지만, "순하다"는 말에는 반박이 붙지 않기 때문입니다. 리뷰 리스크가 줄어들고, 클레임 리스크가 줄어들고, 법적 리스크도 줄어듭니다. 이쯤 되면 애매함은 거의 만능처럼 보입니다.


K-Beauty는 왜 이 길을 택했을까


K-Beauty는 특히 이 애매함의 언어에 능숙했습니다. 루틴, 레이어링, 관리, 피부 컨디션. 이 언어는 결과를 약속하지 않습니다. 대신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해석이 등장합니다. "K-Beauty는 비교를 피해 살아남았다." 이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애매함은 방패가 아니다


문제는 애매함이 방패처럼 보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방패는 공격을 막아주지, 존재를 증명해주지는 않습니다. 아마존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애매함은 아마존에서 아주 빠르게 '존재를 지웁니다'.


아마존은 브랜드 플랫폼이 아니라 검색 플랫폼입니다. 사람들은 "피부가 쉬는 날 바르는 크림", "부담 없이 관리하는 제품"이라고 검색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검색합니다. "Acne Treatment", "Face Moisturizer", "Cica Cream". 검색은 구체성의 게임입니다. 애매함은 검색되지 않습니다. 검색되지 않으면 노출되지 않고, 노출되지 않으면 비교조차 당하지 않습니다.


이때 많은 브랜드는 이것을 '안전'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비교를 피한 것이 아니라, 링에서 내려온 것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후의 모든 전략은 방향을 잃습니다.

"우리는 비교 안 당하니까 괜찮아." 이 말은 이렇게 번역됩니다. "우리는 아직 아무도 우리를 진지하게 보지 않는다."

이 장의 결론은 간단합니다. 비교를 피하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비교를 피하는 순간 이미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비교를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비교를 견딜 것인가?"


이 질문이 이 책의 다음 국면을 엽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두 번째 오답을 다루겠습니다. "그럼 브랜드 상태별로 나누자." 신생은 창, 찌그러진 브랜드는 방패. 왜 이 논리가 처음에는 맞아 보였고, 왜 결국 대부분을 망하게 했는지에 대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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