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은 정말 다 비슷한가 - 3장

아마존에서 K-Beauty가 길을 잃는 진짜 이유

by 박지원

Chapter 3
신생은 창, 구형은 방패라는 유혹


비교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다음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이것입니다. "그럼 다 같이 싸울 필요는 없잖아. 브랜드 상태에 따라 싸우는 방식이 다르면 되지 않을까?"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것이 아주 그럴듯한 이원화 전략입니다. 신생 브랜드는 창, 찌그러진 브랜드는 방패. 논리적으로 완벽해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 프레임에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왜 이 전략은 그렇게 설득력 있었나


신생 브랜드는 잃을 것이 없습니다. 리뷰가 없고, 인지도가 없고, 기존 고객도 없습니다. 그러니 과감하게 나가도 됩니다. "기능으로 뚫자", "히어로 성분 하나로 승부 보자." 반대로 찌그러진 브랜드는 다릅니다. 이미 리뷰가 있고, 이미 고객이 있고, 한 번은 팔렸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합니다. "굳이 더 싸울 필요 있나? 우리는 기본값으로 남자." 이 프레임은 경영학적으로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문제는, 아마존은 경영학 교과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신생 브랜드의 '창'은 왜 부러지는가


신생 브랜드가 기능 히어로로 나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검색 결과를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CeraVe, La Roche-Posay, The Ordinary, Paula's Choice. 리뷰 수는 수천, 수만 개입니다. 가격은 이미 최적화되어 있고 광고 예산은 비교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신생 브랜드가 "우리는 더 순한 여드름 제품입니다"라고 외칩니다. 이것은 전략이 아니라 용기 있는 돌격에 가깝습니다. 아마존의 검색 결과는 '신인상' 같은 것을 주지 않습니다. "처음이라서 봐줄게"는 없습니다. 리뷰 20개짜리 기능 제품은 아무리 좋아도 리뷰 2만 개짜리 제품 옆에서 그냥 사라집니다.


방패를 든 브랜드는 왜 더 빨리 죽는가


그럼 찌그러진 브랜드는 어떨까요? "우리는 더 이상 기능 경쟁 안 합니다. 기억나는 브랜드로 남겠습니다." 여기에는 아주 치명적인 전제가 숨어 있습니다. 아마존에는 '기억만으로 사는 구간'이 존재한다는 전제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아마존은 검색 기반 플랫폼입니다. 사람들은 브랜드를 떠올리기 전에 키워드를 칩니다. 그리고 그 키워드에서 밀려나는 순간, 기억도 같이 사라집니다.


아마존에는 '현상 유지'가 없습니다. 판매량이 줄면 BSR이 떨어집니다. BSR이 떨어지면 오가닉 노출이 줄어듭니다. 오가닉 노출이 줄면 광고 효율도 나빠집니다. 광고 효율이 나빠지면 광고를 줄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브랜드는 급사합니다. 방패를 들고 아무도 공격하지 않으면 살아남는 게임이 아닙니다.


이 전략의 치명적 착각


이원화 전략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이 멈춰 있다고 가정했다는 점입니다. 경쟁은 계속 들어오고, 중국 셀러는 더 빨라지고, 대기업은 더 싸게 팝니다. 이 상황에서 신생은 창을 들고 돌진하다 죽고, 구형은 방패를 들고 서 있다가 말라 죽습니다. 이것은 전략 실패가 아니라 환경 오판입니다.


그래서 질문은 다시 바뀝니다


여기까지 오면 이 질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능으로도 안 되고, 애매함으로도 안 되고, 방어만으로도 안 되고, 정면 돌파도 안 됩니다. 이 시점에서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합니다. "결국 돈 게임이네." 이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절반만 맞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모든 전략을 무너뜨린 아마존 알고리즘의 단 하나의 원칙을 다루겠습니다. Growth or Die. 왜 이 원칙 앞에서 모든 '그럴듯한 전략'이 차례로 무너졌는지에 대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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