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지 않았지만, 피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사고 실험
역사를 거칠게 요약해보면, 인류는 항상 '과잉'에 의해 자리를 재배치당해 왔습니다. 무언가가 넘쳐나기 시작하면, 그 넘침은 반드시 누군가를 변두리로 밀어냅니다. 이것은 악의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특정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그런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이지요.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과잉은 필연적으로 배제를 만들어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예는 산업혁명입니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이 거대한 변화는 인류의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방적기와 증기기관이 등장하면서, 수백 년 동안 손으로 해오던 일들이 기계로 대체되기 시작했습니다. 한 대의 기계가 수십 명의 숙련공을 대신했고, 공장주는 더 이상 그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숙련공들은 거리로 밀려났습니다. 평생을 갈고닦은 기술이 하루아침에 쓸모없어졌습니다.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들어보셨나요? 1810년대 영국에서 직물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며 저항했던 운동입니다. 그들은 기계가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느꼈고, 실제로 그랬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그들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기계는 계속 늘어났고,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IT 혁명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지식 노동의 풍경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계산하고, 문서를 정리하고, 정보를 검색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가 이 모든 것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냈습니다. 중간 관리직과 사무직 노동자들이 자리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일상이 되었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인간은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았습니다. 밀려나긴 했지만, 어딘가에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농업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공장으로 갔고, 공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서비스업으로 갔습니다. 사무직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새로운 형태의 지식 노동을 찾아냈습니다. 인간은 유연했고, 적응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계는 노동을 흉내냈을 뿐, 생산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기계는 정해진 동작을 반복했지만,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컴퓨터는 데이터를 처리했지만, 그 데이터로 무엇을 할지 판단하는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기계는 도구였고, 인간은 그 도구를 쥔 손이었습니다. 손이 없으면 도구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 혁명은 조금 다릅니다. 이번에 과잉이 된 것은 노동도, 기술도 아닙니다. 바로 생산 주체 그 자체입니다. 무슨 말인지 조금 더 풀어보겠습니다.
인공지능은 판단합니다. 주어진 정보를 분석하고, 여러 옵션 중에서 최선을 선택합니다. 인공지능은 기획합니다. 목표가 주어지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인공지능은 언어를 다룹니다. 글을 쓰고, 번역하고, 요약하고, 대화합니다. 인공지능은 분석합니다. 복잡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예측을 내놓습니다. 인공지능은 대응합니다. 상황이 바뀌면 전략을 수정하고, 예외적인 경우를 처리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예전에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일들입니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지요. 하지만 이제 이 모든 것이 인간과 무관하게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기계가 인간의 팔다리를 대신했다면, 이제는 인간의 머리를 대신하려 합니다.
물론 아직 인공지능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실수도 하고, 이상한 결과물을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향입니다. 인공지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그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1년 전에 불가능했던 일이 오늘은 가능해지고, 오늘 어색한 것이 1년 후에는 자연스러워집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대부분의 지적 노동이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해질 것입니다.
과잉은 언제나 변두리를 만듭니다. 그리고 변두리에 먼저 서게 되는 것은 항상 평균적인 인간입니다. 특별히 뛰어나지도, 특별히 부족하지도 않은 보통 사람들. 탁월한 전문가나 창의적인 예술가는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평균적인 사무직 노동자, 평균적인 분석가, 평균적인 기획자들은 가장 먼저 자리를 위협받게 됩니다.
대부분의 우리가 바로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는 특별히 뛰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해왔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성실함이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이 사고 실험의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