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설명하지 않는 AI 설명서-7장

기술 용어 없이 읽는 현재와 미래의 기록

by 박지원

7장. 인간이 만든 문제라는 안전한 세계


"왜 회사 일은 유독 AI가 잘하지?" 육체노동보다 사무직이 먼저 대체될 줄은 몰랐다는 말이 많습니다. 보고서를 쓰고, 메일을 정리하고, 회의 안건을 정리하는 일. AI는 이런 일을 너무 쉽게 해냅니다. 이 장에서는 그 이유를 "회사 일이 안전한 세계이기 때문"이라는 관점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은 실패해도 세계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문서를 수정할 수 있고, 다시 보내면 되고, 회의를 다시 열 수 있습니다. 즉, 실수가 되돌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AI에게 아주 중요한 조건입니다.


또한 회사 일은 이미 형식화되어 있습니다. 정해진 형식이 있고, 관행이 있고, 답의 범위가 정해져 있지요. 사람은 효율과 평가를 위해 일을 문제처럼 다듬어 왔습니다. 표준 양식, 템플릿, 체크리스트. 이 모든 것은 AI에게 완벽한 고속도로가 되었습니다. 회사 일은 '현실 문제'라기보다 '시험 문제'에 가깝게 진화한 것이지요.


"그래도 창의적인 일은 AI가 못 하잖아"라고 반박하실 수도 있지만, 회사에서 말하는 창의성은 대부분 기존 자료를 잘 엮고, 표현을 바꾸고, 관점을 추가하는 '조합'의 문제입니다. 이는 AI가 가장 잘하는 영역입니다.


AI는 일을 대신한다기보다 압축합니다. 여러 문서를 하나로, 긴 회의를 요약본으로 만들지요. 그 결과 한 사람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일을 처리하게 됩니다. 인간의 역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합니다. 문서를 정리하는 하위 역할에서 무엇을 문제로 삼을지 판단하는 상위 역할로요. AI가 회사 일을 잘하는 이유는 AI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일을 'AI가 풀기 쉬운 문제'로 만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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