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크나큰 행복이다. 한 부모 아래 태어난 우리의 인연은 어떠한 인연보다 특별하게 여겨진다. 혈연으로 맺어진 한 살 많은 언니는 말하지 않아도 나의 마음을 잘 알아차린다. 몇 달 사이 언니에게 전화를 몇 번 걸었다. 연락이 뜸할 때는 일 년에 손꼽을 만큼만 연락이 올까 말까 한 동생에게 자주 연락이 오는 게 어쩐지 마음에 걸렸던 듯하다.
“무슨 일 있구나?”
“무슨 일은, 아무 일도 없어. 맨날 똑같이 지내는데 뭘.”
“아니야. 무슨 일 있는 것 같아. 느낌이 그래.”
사실 언니에게 전화 건 이유는 마음이 복잡해서였다. 전엔 마음을 힘들게 한 사람을 언니에게 이야기하며 훌훌 털어버렸었다. 그땐 내 마음 편 하고자 언니의 마음이 힘들어질 거라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언니도 친구, 직장, 동료 문제로 힘든 일이 있을 텐데, 나까지 보태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힘들 때면 언니의 목소리를 듣는 걸로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웃기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언니는 나의 주 관심사인 글쓰기에 대해 말했다.
“무엇인가에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네가 부러워. 나는 요즘 모든 게 미지근해.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어.”
“언니는 이미 이뤄 놓은 게 있어서 미지근한 게 아닐까? 나는 십 년 넘게 애만 키우다 보니 자존감도 떨어지고 자아실현이 하고 싶어. 결핍인 거지. 그래서 글쓰기나 책에 매달리는 거 같아. 애들 키우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지속할 수 있기도 하고.”
나는 언니에게 기분 전환 겸 바람을 좀 쐬고 올만 한 데를 찾아보라고 했다. 언니는 올여름 휴가 때 혼자 제주도에 가서 생각 정리를 해야겠다고 답했다. 2019년에 언니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갔던 전주 한옥마을에서의 일을 이야기하며, 애들만 아니면 언니랑 같이 제주도에 다녀오면 좋을 텐데 몸이 자유롭지 못한 아쉬움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언니가 부럽다고 했다. 언니는 “부럽긴 뭐가 부러워. 너는 남편도 있고 애들도 둘이나 있잖아. 난 가정이 있는 네가 더 부럽다.” 하고 말했다.
부러움이란, 내가 갖지 못한 걸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을 때,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다른 사람은 할 수 있을 때 찾아오는 감정이다. 언니가 갖지 못한 가정을 내가 가지고 있어서 부럽고, 내가 갖지 못한 자유로움을 언니가 가지고 있어서 부러운 것이었다.
얼마 전 음원 발표한 장기하 노래 ‘부럽지가 않어’가 인기다. 어쩌면 이 노래는 ‘나는 네가 부럽다.’ 하는 마음을 반어법으로 부럽지 않다고 표현한 거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감정은 자연스럽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부러움도 마찬가지다. 부럽다는 마음이 드는데 어떻게 부럽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누군가를 부러워하면서 부럽지 않다고 말하는 건 자기 합리화에 불과할 것이다.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과 반대되는 말로 자신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괴로워지는 건 자신일 테니까. 그러니 적어도 스스로에게 거짓말은 하지 않아야 하겠다.
매주 화요일마다 심리상담을 받으러 수원역에 간다. 수원역 광장엔 대낮에도 노숙인들이 누워있다. 그들 주변으로 술병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다. 누군가는 그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찰지 모르겠지만, 나는 노숙인이 부럽다.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해야 해서 술을 마시고 싶어도 마실 수 없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려워 길을 걷다 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길에 드러누워 있는 건 생각할 수조차 없어서 수원역에 있는 그들을 볼 때면 부러운 마음이 된다.
많은 것을 가져서 완벽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가지지 못한 무엇인가는 있을 것이고, 한없이 부족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남들이 갖지 못한 한 가지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완벽하고 부족하게 보일 뿐 갖고 싶은 걸 다 가지고,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사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면 부러움을 조금 더 수월하게 인정할 수 있다.
부러운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면 시기, 질투로 이어지기도 한다. 누군가를 시기하며 미워하고, 질투하며 깎아내리는 건 자신을 미워하고 깎아내리는 것과 같다. 풀어서 말하면 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걸 갖지 못한 내가 미운 것이고, 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하는 나를 깎아내리는 것이다.
부러운 감정이 들면 상대방에게는 없고 나에게는 있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본다. 스펙, 외모, 취미, 재주, 경제력, 시간 등 모든 걸 총동원해 찾아 나선다. 꼭 한 가지를 찾아내어 '나에게는 이런 게 있어.'하고 자부한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상대방보다 나은 게 없다면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분명 저 사람도 갖지 못한 것과 하지 못하는 일이 있을 거야.'하고 생각하며 부러운 감정을 받아들인다. 부러움을 다스리는 나만의 방법이다. 부러운 감정에 지배당해 자존감을 갉아먹지 않도록 하는 것은, 결국 나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