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술형식의 에세이
2020년 여름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필라테스 강사님은 대학 졸업반이라고 했고, 나랑 띠동갑이었다.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혼자 살게 된 지 두 달이 되었다고 했다. 필라테스 시간에 자주 하품하는 그녀에게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하고 물었고, 그녀는 “혼자 사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요즘 잠을 잘못 자요. 잠이 오지 않으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눈물이 날 때도 있어요.”하고 답했다.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 필라테스 동작만 반복했다. 언젠가 나도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렸었다. 뉴질랜드에서 일 년 팔 개월간 어학연수를 할 때 향수병에 걸린 것이었다. 집이 그리울 때면 자주 눈물이 났다. 그때의 나를 보는 듯해 마음이 짠했다.
일주일 후 그녀에게, 글쓰기 수업에서 수강생들과 함께 쓴 책을 건네주었다. 조금이나마 그녀가 혼자 보낼 밤이 덜 외로웠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인사도 하기 전에 내 얼굴을 보자마자 “지난번에 주신 책이요. 잘 읽었어요. 혼자 사니까 외롭더라고요. 외로움을 잘 타지 않는 줄 알았는데… 읽을 때마다 같은 글인데도 느낌이 다른 거 있죠. 시간이 잘 가서 좋아요. 책으로 위로받는다는 게 이런 건가 봐요.” 하고 말했다.
시간도 잘 가고 위로가 되었다니 다행이었다. 책이 도움이 되는 듯해 다른 책을 선물하고 싶었다. 내가 마지막 타임이라 필라테스를 마치고 나면 밤 9시 50분이었다. 10시면 그녀가 퇴근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집으로 가서 책 한 권을 들고 다시 센터로 향했다.
집에서 가지고 온 책은 아지즈 네신의 소설 《일단, 웃고 나서 혁명》이다. 그간 읽은 것 중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이다. 웃을 일 없는 날이 이어지면 기분이 울적해진다. 그럼 웃을 일을 만들기 위해 이 책을 펼치곤 한다. 이 책은 한 편마다 짧은 이야기로 되어 있어서 가독성이 좋고, 웃긴 포인트가 있어서 책장을 덮기 전까지 몇 번이나 웃을 수 있다.
센터에 도착했을 땐 예상한 대로 그녀가 퇴근한 뒤였다. 다행히 센터의 문이 열려 있었다. 책을 데스크에 올려놓고 메모를 남겼다. 회원에게 외롭다는 말을 꺼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을 해준 그녀가 새삼 고마웠다.
서른이 되기 전, 외로울 때면 친구를 불러내기 바빴다. 혼자 있어서 외로운 거라고, 친구와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을 거라고, 여긴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친구와 함께 있어도 외로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 있기를 반복하면서 알게 된 건, 외로움은 누군가와 함께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 뒤로는 외로운 감정이 찾아오면 산책, 영화, 독서, 글쓰기, 이러한 것을 했다. 외로움이 잦아들기를 바라면서.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에 의하면, 인간은 본래 외로운 존재라고 한다. 의지와 상관없이 세계에 던져지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사람이 가진 본질이 외로움이라면 떨쳐버리려는 안간힘 보다, 견딜 줄 아는 법을 알아야 하겠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마주하다 보면 조금씩 외로움에 익숙해질 것이다. 나의 감정, 기분, 생각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감각해야 한다. 외로움이 찾아오면,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어, 하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