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네팔 시위'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10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가 속한 바그마티주를 비롯해 룸비니주 간다키주 등 3곳에 여행특별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여행특별주의보는 현지 치안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을 때 내려지는 조처로, 사실상 3단계인 ‘여행자제’와 비슷한 효력이 있는데요. 외교부는 네팔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치안 불안을 이유로 우리 국민의 여행 자제와 안전지역 이동을 요청했습니다.
네팔 정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옛 트위터) 등 SNS 26개를 갑자기 전면 차단했습니다. 네팔 정부는 '가짜뉴스가 확산한다'며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SNS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는데요. 전체 인구 3000만 명 중 90%가 인터넷 사용자인 네팔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자 분노한 시민이 거세게 반발했고요. 지난 8일부터 시위를 시작합니다.
거리엔 수만 명의 시민이 쏟아져 나왔고요. 의회 청사 앞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물대포 고무탄을 쏘며 진압을 시도하면서 시위는 순식간에 유혈 충돌로 번졌는데요. 이틀 만에 최소 19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 명이 다쳤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는 더 커졌고, 시위대는 결국 의회를 점거했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내각 장관들이 사임했고 샤르마 올리 총리마저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SNS 접속 차단 조처도 해제했죠. 하지만 지도부 교체만으로 분노를 잠재울 수 없었고, 일부 시위대가 정당 당사에 방화를 시도하는 등 시위는 반정부 투쟁으로 확산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의사당 대법원 대통령관저 등 주요 정부 건물은 물론 전현직 정치인 24명의 관저까지 불탔고요. 한 장관은 속옷 차림으로 시위대에 끌려다니기도 했습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Z세대(1995~2010년 출생 세대)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젊은 층 참여가 두드러진 점이 특징입니다.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청년들이 네팔 역사상 처음으로 시위를 주도했는데요. 네팔 정부는 매일 자국 청년 2000명 이상이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가 이들의 연락망 겸 송금망인 SNS를 차단하자 여기에 의존했던 시민이 직접적인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그러나 네팔 청년들은 이번 시위가 단순히 정부의 SNS 차단에 반발한 대응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정치적 불안정, 정부의 부패·무능 등에 대한 반발이 젊은 세대를 시위로 이끌었다는 것. 네팔은 국제투명성기구(TI)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180개국 가운데 107위를 기록했고요. 2022~2023년 기준 15~24세 실업률은 22%를 넘었습니다. 네팔 전체 인구 중 하위 20%의 연 소득은 60만 원 수준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 소득 기준인 '빈곤선' 아래 살고 있는데요.
이런 와중 '네포 키즈(Nepo Kids)'라고 불리는 고위층 자녀들이 SNS에 자신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전시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사치를 즐기는 모습을 네포 키즈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업로드했는데요. 특히 모 장관의 자녀가 루이비통 등 명품 상자가 쌓인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선 사진이 널리 공유되며 청년들의 박탈감을 자극했습니다. 사회적 균열 위에 쌓인 분노가 SNS 차단이라는 뇌관을 만나 폭발한 셈이죠.
상황은 지난 9일 시위대가 치안을 담당하게 된 군대와 임시정부 논의를 시작하면서 달라졌습니다. 수천 명의 청년들은 온라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를 통해 의견을 모은 뒤 현 의회를 해산하고 6개월에서 1년 정도 임시 정부를 구성해 새 의회를 선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정부와 군은 이를 받아들였고요. 임시 총리로 추대된 수실라 카르키는 네팔의 첫 여성 대법원장으로, 청렴하고 대담한 인사로 평가됩니다. 카르키 총리가 임시 정부를 구성하고 내년 3월 총선을 치르기로 하면서 시위도 진정세로 접어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