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쪼개기' '지분 쪼개기' '진료일·진료비 쪼개기' '결제 쪼개기'…. 주로 사기 범죄에 등장하는 수법이죠. 그간 별의별 쪼개기를 보고 들었습니다만, 살다 살다 '종양 쪼개기'는 처음입니다. 눈곱만큼의 양심과 상식이 있다면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요. 우선 내용을 들여다보겠습니다.
40대 외과 전문의 A 씨는 2023년 2월 7일부터 올해 4월까지 브로커를 통해 모은 환자들과 짜고 가짜 종양을 진단하는 등 허위 진료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초음파 검사에서 유방 종양이 발견된 환자에게 맘모톰(주사기로 종양 제거, 종양 개당 100만 원 실손보험금 청구) 시술을 한 뒤, 가짜 종양을 추가한 겁니다. 예를 들어 환자 몸에서 종양이 4개 나오면, 6개인 것처럼 부풀렸습니다. 이때 수술 증빙 자료를 만들려 종양을 여러 개로 쪼갰다고 합니다. 이른바 '종양 쪼개기'. 외과 의사에게 이런 일 하라고 칼을 쥐여준 건 아닐 텐데 말이죠.
맘모톰 시술을 받지 않은 환자는 유방 확대·축소 수술 과정에서 뗀 조직을 맘모톰 시술 때 나온 종양으로 속이기도 했습니다. 또 입원 환자들에게 하지도 않은 체외 충격파, 도수 치료, 면역 주사 등 비급여 항목을 시술한 것으로 진료 기록을 조작했고요.
이렇게 A 씨의 범행에 동원된 환자는 무려 115명. 환자 모집 역할을 한 브로커는 3명입니다. 브로커는 환자를 연결해 주고 진료비의 7~11%를 받거나 병원에 실장으로 취직해 월급제로 일했다고 하네요. 역시 외과 전문의인 A 씨 아버지도 등장합니다. A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방 전문 의원에 환자가 몰리자 같은 건물에 아버지 명의로 의원을 하나 더 차렸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14개 보험회사에서 받은 실손보험금은 10억 원에 달합니다. 환자들은 부정하게 타낸 보험금으로 이마거상술과 물광 주사 등 성형·미용 시술을 받았고, A 씨의 의원은 이에 따른 이익을 챙겼습니다.
부산경찰청은 A 씨와 브로커 2명을 구속하고, A 씨 아버지와 환자 등 117명을 불구속 입건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습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의료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죠.
경찰은 A 씨의 의원에서 압수한 초음파 기록지와 유방 조직 단면도, 수기 차트, 원무과 직원 장부 등을 비교해 어렵게 범행을 입증했습니다. 수기 차트에는 실제 종양 외 가짜 종양에 다른 색깔 펜으로 가필한 흔적도 있었습니다. 범행을 부인하던 A 씨는 진료 기록에서 '맘모- 6개로 올릴 것임(실제는 4개). 내시경 이마거상' 등의 메모가 확인되자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찰은 A 씨가 마취된 여성 환자의 가슴 수술 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브로커와 공유한 것에 대해서도 성폭력방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또 범죄 수익을 환수하려 법원에 기소 전 추징 보전을 신청해 A 씨에게 7억3000만 원, 브로커에게 2800만 원 상당을 보전받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갈수록 교활해지는 보험 사기 수법과 실손보험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사실, 주변에서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실손보험으로 '장난치는' 사례를 한두 번씩은 보셨을 텐데요. 제대로 단속하고 합당하게 처벌하지 않으면 선량한 가입자의 피해는 계속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은 물론 보험협회 금융감독원 등이 연계해 엄정히 대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