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탈을 쓴 사기꾼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로맨스스캠(romance scam)'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초까지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120억 원대 로맨스스캠을 벌인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현지 여러 곳에 본부와 지점을 두고 관리·콜센터·자금세탁 등 기능별로 세분화한 기업형 '사기 공장'을 돌린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포놈펜 도심 본주에서 인력을 모집하고, 프놈펜 남쪽 외곽인 보레이에 콜센터를, 서쪽 외곽인 태자단지에 자금세탁 거점을 두는 등 분업화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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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스캠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와 신종 사기를 의미하는 스캠의 합성어입니다. SNS나 데이트·채팅 앱 등을 통해 접근한 뒤 신뢰와 애정을 쌓은 후 각종 이유를 대며 금전을 요구해 가로채는 신종 범죄 수법을 일컫는데요. SNS로 불특정 다수 이성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연인이 되고, 관계가 진전되면 결혼 자금을 요구하거나 투자를 권하는 방식을 주로 씁니다. 피해자와의 감정적 관계를 기반으로 장기간 신뢰를 쌓은 뒤 송금을 유도해 피해 규모가 건수에 견줘 유독 큰 것이 특징입니다. 건당 평균 피해액은 약 6000만 원에 달합니다.


로맨스스캠은 단순 연애 빙자 사기에서 해외 조직범죄가 결합한 형태로 빠르게 진화했습니다. 초기에는 SNS에서 해외 파병 군인, 의사, 기업가 등을 사칭해 친분을 쌓고 돈을 빌리거나 금품을 요구하는 단순 유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투자 리딩,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 범죄와 결합해 피해자를 속이는 해외 거점형 조직범죄로 덩치가 커졌습니다. 특히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이 납치·감금돼 범죄에 동원되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단순 온라인 사기를 넘어 해외 인신매매형 범죄로 확산됐다는 분석까지 나오는데요. 범죄조직이 해외에 본부를 두고 한국에서 '고수익 알바'를 미끼로 청년 등을 현지로 불러들인 뒤 강제로 사기 범죄에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이들은 해외 계좌, 국내 대포통장 등으로 입금을 요청하거나 가상화폐 투자를 유도하는 등 다양한 수법을 사용해 금전을 요구합니다. 대부분 해외 서버에 기반을 둬 추적도 어려운데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로맨스스캠 피해 금액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38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경찰이 로맨스스캠을 금융 범죄로 관리하며 본격적인 피해 규모 산정에 나선 지난해(2~12월) 피해 접수 건수는 1265건, 피해액은 675억 원이었고요. 올해 상반기(1~7월)에는 1163건에 705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로맨스스캠 범죄 특성상 '사기범에게 애정을 느끼고 속았다'는 사회적 비난에 대한 두려움, 피해 회복에 대한 회의감으로 신고를 꺼리기도 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SNS와 데이팅 앱 활용에 익숙한 20, 30대 젊은 층이 범죄 표적이 되기 쉽지만 외로움에 취약한 중장년도 예외는 아닙니다. 경찰학연구소가 2019년 발표한 '로맨스스캠 범죄 현황 및 대응 방안에 관한 고찰' 논문에서는 40~60대 중장년층과 노년층에서 피해자와 피해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사회적으로 로맨스스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국제적이고 조직적인 범죄인 만큼 경찰의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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