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재개발, 이번에는 성공할까?

by 연산동 이자까야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1988년 1월 개관한 이래 서울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 부산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행사를 치렀습니다. 노후화가 심각해 2008년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부산시에 민간투자 사업을 제안하면서 재개발이 시작됐죠.


'학교 앞 호텔'은 반대
2014년에는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아이파크마리나㈜를 시행자로 지정합니다. 육상과 해상 23만4000㎡에 1623억 원을 투입해 계류시설을 확장하고 요트전시장, 요트클럽동, 호텔동 등을 도입할 계획을 세웠죠. 그런데 호텔 건립 예정지가 인근 해강초등학교와 가까운 학교 정화 구역 안에 있는 것이 문제가 되면서 재개발 사업이 암초에 부딪힙니다.

2025112801010015250.jpeg 수영만 요트경기장 전경. 전민철 기자


학교보건법은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50m 이내는 절대정화구역으로 정해 호텔과 유흥 주점 등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합니다.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50m 초과 200m 이내는 상대정화구역으로 설정, 학교 정화위원회가 학습과 학교 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호텔 등 시설이 들어설 수 있습니다.


호텔 예정지는 해강초 정문에서 90m 거리고,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70m 떨어져 있어 학교 정화위원회가 찬성한다면 건립될 수도 있었지만 일부 학부모가 반대합니다. 학교와 호텔이 가까워 호텔 내부가 보이게 되는 등 학습권 침해 우려가 크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나중에는 호텔 등을 '부속시설'로 볼 것인지, '부대시설'로 취급할 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불거졌습니다. 결국 시가 2016년 사업 시행자 지정 취소 및 실시협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두자 아이파크마리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송전이 시작됐죠.


일방적 '공기 연장'에 갈등
3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시가 패소하면서 사업 재추진의 길이 열립니다. 아이파크마리나는 2023년 10월 실시협약 변경안을 제출했습니다. 논란이 된 호텔 건립은 포기했죠. 시는 수요 예측 재조사와 협상을 거쳐 올해 1월 실시협약 변경안을 체결합니다.


오랜 표류 끝에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이 17년 만에 시작됩니다. 시는 지난 24일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재개발 민간 투자사업 착공식을 개최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착공식 행사장은 초반부터 긴장이 감돌았습니다. 인근 해상 요트에는 공사 기간 준수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달렸고 시위대가 크게 틀어놓은 음악 소리가 행사장까지 넘나들었습니다.


이번에는 공사 기간 때문에 갈등에 불이 붙었습니다. 시와 마리나선박대여업협동조합, 아이파크마리나는 협의를 통해 8개 계류장 중 1곳은 영업을 유지하고, 해상공사는 7개월 동안만 진행하는 방안을 올해 초 도출했습니다. 공사 기간에도 요트 관광을 이어나가려 했죠.


그러나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이 안전상 이유로 해상공사 기간을 20개월로 늘려야 한다고 통보하고, 계류장 역시 전면 폐쇄를 추진했습니다. 강화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조합은 기본적으로 재개발에 협조하는 입장이었지만, 공사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자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이기주 마리나선박대여업협동조합장은 "공사기간을 7개월로 협의해 놓고 20개월로 늘려버리면 사업을 접으란 얘기"라며 "부산시와 사업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요트 반출을 거부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는 중재하고 있으나 최악의 경우 강제 집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시 관계자는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이 오랫동안 멈춰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며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 행정집행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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