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한일령’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 공연장에서 일본 가수 오쓰키 마키가 노래를 부르던 도중 조명과 반주가 꺼지고 무대에서 사실상 강제 퇴장당했습니다. 일본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의 상하이 공연 역시 '불가항력의 요인'을 이유로 전격 취소됐습니다. 앞서 '짱구는 못말려'를 비롯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중국 극장 개봉도 줄줄이 연기된 상황. 중국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한 보복조치로 이른바 '한일령'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무력을 행사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죠. 존립위기 사태란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나 지역이 공격받아 일본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합니다. 이 경우 일본 정부는 자위대 출동 등 최소한의 방위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무력 행동에 나서면 일본이 ‘집단적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음을 현직 총리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시사한 것입니다.
중국은 일본이 '하나의 중국'이자 '핵심 이익 중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 개입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심각한 도발이자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보복 조치로 일본과의 문화교류를 차단하는 한일령을 본격 가동했죠. 중국 항공사는 12월 일본행 항공편 5548편 중 904편을 중단해 좌석 15만 석을 한꺼번에 없앴습니다. 오사카 호텔·리조트에서는 12월 중국인 숙박 예약이 50~70% 취소됐습니다. 최근 거의 2년 만에 재개했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다시 중단하기도 합니다.
현재의 한일령은 2016년 사드(THAAD) 보복 당시 한국을 겨냥했던 '한한령'과 판박이입니다. 일본 여행 자제령은 한국행 단체 관광 금지와 닮았고, 공연·영화 취소 등 대중문화 교류 중단도 비슷합니다. 한한령은 2017년 말 문재인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 등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不)'을 선언한 뒤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한중 관계는 물론이고 한국 경제가 입은 내상은 깊었죠.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서 대거 철수할 수밖에 없었고, 8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의 대중문화 수출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한편 중일 갈등의 여파는 한중일 3국 협력 체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국 중국 일본 3개국 정상들이 2008년부터 매년 열기로 합의한 3자 정상회담으로, 한중일이 경제 협력·지역 안보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서로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열리지 못하다가 지난해 서울에서 4년 반 만에 개최된 후 내년 1월 일본에서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죠. 그런데 중국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이번 회의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중국 마카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도 연기했습니다. 중일 갈등이 해소되기 전까지 한중일 협력 체제도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