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되기 싫으면 특별감찰관 임명하라"

by 연산동 이자까야

모든 것은 한 통의 메시지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중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같은 대학 출신의 홍성범 씨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에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문 의원은 "남국아 (홍성범은) 우리 중(앙)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 자동차산업협회장하는데 자격은 되는 것 같은데 아우가 추천 좀 해줘"라고 했습니다. 이어 문 의원은 "너도 알고 있는 홍성범이다.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 해줘봐"라고 덧붙였죠.
이에 김 비서관은 "네 형님, 제가 훈식이형이랑 현지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며 "홍성범 본부장님!"이라고 답장했습니다. 김 비서관이 언급한 형, 누나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문자 내용이 알려진 후 곧바로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대통령실은 민간협회장 인사에 개입할 권한이 없는데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특히 야권에서 주장해 온 '김현지 실세론'에 다시 불이 붙었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정이 당신들 동아리 활동인가"라고 질타하면서 "김현지 실세설이 입증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만사현지, 현지형통 공화국'이라는 조롱이 왜 나오는지 입증됐다"며 "왜 민주당이 김현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온몸으로 막아섰는지 이번 사건이 증명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김 비서관은 인사 청탁 문자 논란 이틀 만인 지난 4일 사표를 냈고, 대통령실은 곧바로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문자를 주고받은 문 의원도 공개 사과했고, 민주당은 문 의원에게 구두 경고를 했다고 밝혔죠. 대통령실은 자체 감사를 실시했지만 김 부속실장 등 내부에 청탁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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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의 파장은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로 번졌습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를 상시 감찰하는 독립 기구입니다. 차관급 정무직인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15년 이상 판검사나 변호사 활동을 한 법조인 가운데 3명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돼 있습니다. 특별감찰관의 감찰 범위는 ▷부정 청탁 ▷금품 수수 ▷공금 횡령·유용 ▷공기업 및 공직 유관 단체와 하는 수의계약 등입니다. 한마디로 대통령 주변 부정과 비리를 살피는 '감시견' 역할을 하는 셈이죠.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신설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임명했지만, 그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과 '최순실 게이트' 내사에 나섰다가 청와대와 마찰을 빚고 사실상 해임됐습니다. 이후 공석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특별감찰관 기능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국회 추천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여야가 추천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갈등을 빚었고, 이후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생기면 특별감찰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며 공수처 설치에 집중하면서 논의 자체가 중단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또한 특별감찰관 임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반대하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선임과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연계해 진행하자고 주장했고, 민주당이 반대하며 추천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 중 하나로 김건희 여사 논란이 지목되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논란 해소를 위해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했지만 내부 갈등만 벌어지고 흐지부지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즉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겠다고 공약했고, 지난 7월에도 "견제 받는 게 좋다"며 임명을 지시했지만 이후 국회 절차에서 멈춰선 상태입니다. 최근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가 거세지자 강훈식 비서실장은 "꼭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 드린다"면서 "절차를 아시겠지만, 국회에서 추천해서 보내주셔야 한다. 국회에서 빨리 추천해 주시면 특별감찰관을 모시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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