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AI와의 전쟁 중

by 연산동 이자까야

지금 대학 교육 현장은 인공지능(AI(과 전쟁 중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일부 대학 중간고사에서 AI를 활용한 학생들의 대규모 부정행위가 적발되면서 충격을 줬습니다. 지난 10월 연세대는 '자연어 처리와 챗GPT'라는 교양과목 중간고사에서 AI를 활용해 문제를 푼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적발했습니다. 화면과 손, 얼굴이 보이도록 시험 보는 장면을 촬영해 제출해야 했지만 부정행위를 근절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죠.


같은 시기 서울대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서울대 교양과목 '통계학 실험'의 교수가 학생 30여 명이 제출한 중간고사 답안지 일부에서 AI를 활용한 코드를 발견했습니다. 이 수업은 강의실에 비치된 컴퓨터를 이용해 대면으로 시험을 봤지만, 일부 학생이 AI를 부정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픈AI가 2022년 11월 30일 챗GPT를 출시한 지 불과 3년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AI 부정행위 적발 전쟁


챗GPT 열풍이 가장 빠르게 번진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그러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6월 전국 131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성형 AI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는 대학은 30곳뿐이었습니다. 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7곳은 교육청 차원의 AI 활용 가이드라인이 없었고, 지침이 마련된 교육청 10곳의 가이드라인도 1장짜리에 그치는 수준이거나 구체적 기준이 없었죠.


대학 측은 AI 부정행위 적발 전쟁을 치릅니다. AI 탐지 솔루션 'GPT킬러'를 제공하는 AI 기업 '무하유'는 최근 GPT킬러 사용량 데이터를 공개했습니다. 자료를 보면 각 대학에서 중간고사가 진행 중이던 10월 한 달 동안 GPT킬러 서비스 이용 횟수는 약 64만7000건으로, 전년 동기(17만7000건) 대비 3.6배 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 치환이나 일부러 띄어쓰기 오류를 넣는 등 검증을 우회하는 방법이 퍼지면서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부산지역 대학들도 칼을 빼들었습니다. 경성대는 AI 커닝 방지를 위해 담당 교수의 시험 감독·대면 시험을 의무화했습니다. 부경대는 시험 중 휴대전화 등 외부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단순한 지식 측정 문제를 출제하지 않도록 교수들에게 당부했죠. 부산대는 AI 윤리의식 개선을 위한 안내문을 공지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부정행위 적발 때는 징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동아대 해양대 신라대 등은 AI 커닝이 적발되면 행위 계획성과 가담 규모를 고려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AI 윤리교육 필요한 때


AI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학습 보조도구 수준은 이미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학교의 AI 사용 정책과 윤리기준 논의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죠. 교육부는 "다음 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책 연구를 토대로 학교 내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련의 사건들은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사회적 성숙도나 윤리 의식이 뒤처져 발생하는 '문화지체현상'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AI 커닝 방지책이나 징계 강화 등 물리적인 대응책은 한계가 있습니다. 압력을 가하면 풍선효과가 나타나 그것만을 회피하는 또 다른 꼼수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윤리 의식의 회복이 필요한 이유죠. 늑장 대응으로 인한 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으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AI 시대의 교육과 평가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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