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쏘아올린 '비싼 생리대' 논란

by 연산동 이자까야

올해 초 일본 여행을 갔다 온 A 씨는 캐리어 가득 생리대를 채워 왔습니다. 국내 브랜드 생리대와 비교했을 때 일본 브랜드 생리대가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었죠. A 씨는 "일본 생리대 가격을 알게 되니 국내에서 생리대를 사기 부담스러워졌다"며 "한국도 생리대를 '여성용품'이 아닌 '생필품'으로 인식하고, 가격에 제한을 좀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우리나라 생리대가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며 관계 부처에 실태 파악을 주문했습니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생리대 가격을 직접 언급하면서 '비싼 생리대'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생리대는 필수품인 만큼 가격 안정화와 함께 빈곤·소외계층 생리대 지원 방식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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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입니다. 여성환경연대가 펴낸 '일회용 생리대 가격·광고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보면 국내 생리대 513종(라이너·탐폰·팬티형 포함)과 11개국(일본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미국)의 생리대 69종을 조사해 보니 국내 생리대 1개당 평균 가격이 국외보다 39.55%(195.56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생리대 소비자물가지수는 118.48로, 2020년(기준시점·100)보다 18.48% 증가했습니다. 생리대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100.49 ▷2022년 109.54 ▷2023년 116.11 ▷2024년 120.91 등으로 매년 상승했습니다. 올해 1분기 121.22까지 치솟았으나 2·3분기에 각각 120.61, 118.48을 기록하며 소폭 감소했죠. 전체 물가 총지수와 비교해도 높은 편입니다. 지난해 물가 총지수는 114.18로, 생리대 소비자물가지수(120.91)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국내 생리대 가격이 유독 비싼 원인으로는 독과점 구조가 지목됩니다. 국내 생리용품 시장은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나라' 등 주요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한된 경쟁 구조 속에서 업체들은 광고비와 각종 인증마크 획득에 투입한 비용을 생리대 가격에 반영했습니다. 여기에 2017년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 이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유기농' '프리미엄' '친환경' 생리대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성환경연대 조사 결과 국내 유기농 생리대 1개당 평균 가격이 유기농이 아닌 제품보다 26.56%(141.39원) 더 비쌌죠.


생리대 가격은 빈곤·소외계층에 더 큰 부담이 됩니다. 앞서 2016년 '운동화 깔창 생리대' 사연이 알려지면서 '생리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후 정부는 각종 바우처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정부는 만 9~24세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게 월 1만4000원의 생리용품 바우처를 지급하고 있지만, 소득 증명 절차가 까다롭고 제약이 많습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3일부터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나라 등 생리대 업체 3사 본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공정위는 업체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생리대 가격이 비싼 이유가 담합이나 가격 남용에 의한 것인지를 살펴볼 계획이죠. 또 유기농 소재나 한방 관련 재료를 사용한 생리대가 특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점을 착안해 제품에 표기된 자재를 실제로 사용해 제작한 것인지도 확인할 방침입니다. 공정위는 생리대 업체의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시정 조치를 부과하는 등 제재에 나설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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