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와 그의 배우자, '경제적 정치적 공동체'

함께 누렸으니 같이 처벌해야

by 연산동 이자까야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 관련 의혹들을 수사해온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29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통령 배우자가 국민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장막 뒤에서 불법적으로 국정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특검팀은 김 씨가 통일교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 김상민 전 부장검사, 국민의힘 김기현 부부 등으로부터 총 3억7725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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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 이후 여러 수사가 진행되면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중 귀에 쏙 꽂히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매관매직’. 돈으로 관직을 사고 팔다. 조선이나 고려 등을 배경으로 하는 사극 드라마에서나 들어야 할 말을 현실에서, 그것도 전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가 관련된 혐의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누구는 금거북이를 선물로 주고 누구는 명품 핸드백으로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네요. 그것도 정작 선출된, 합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아닌 일반인 영부인에게 줄을 대느라 바빴습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브랜드의 명품 시계와 목걸이를, 대가의 그림을 선물로 안기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부탁했습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씨를 ‘정치적 공동체’로 규정하며 각종 정치적 이권에 있어 공모 관계에 있다고 분명히 명시했습니다. 명태균 의혹 수사를 담당한 오정희 특검보는 “김 씨가 윤 전 대통령의 정치 입문 단계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그 연장선에서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공천에 적극 개입하는 등 ‘정치공동체’로 활동해온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하긴, 대통령을 뜻하는 V1(브이 원) 보다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 김 씨를 V0(브이 제로)라고 했다니까요. 그런데 이게 더 큰 문제입니다. 영부인은 선출된 권력이 아닌데도 대통령보다 더 큰 권력을 가졌고, 이런 불법적 행위가 드러났을 때 그에 맞는 무거운 처벌이 필요한데 현재 법률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특검도 권력자와 그 배우자의 비리에 합당한 처벌을 가하기 위한 법·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헌법 질서 파괴 행위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기존 법률의 한계로 합당한 처벌에 크게 부족함이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하도록 입법적 보완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부인이 부정한 금품을 수수했을 때도 공직자에 준해 엄격히 처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김 씨가 윤 전 대통령 취임 전후로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인과 영부인은 처벌 대상으로 삼지 않는 현행법 때문에 이를 단죄할 수 없는 데 대한 아쉬움으로 보입니다. 부부는 ‘경제 공동체’이니 배우자가 청탁이나 뇌물을 받은 것이 드러나면 두 사람 모두 처벌하는 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매관매직, 국정농단, 호가호위. 예나 지금이나 그런 자리에 앉아서는 안되는 사람이 저지르는 짓은 비슷합니다.


대통령은 대단한 권한을 가진 자리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 권능은 모두 국민이 허락한 것이고 잠시 맡겨놓았을 뿐인 겁니다.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일 잘 하고 국가발전을 위해 애쓰라고 주는 권한인거죠. 그 사고파는 자리의 주인이 본디 국민이라는 겁니다. 왜 국민의 것을 자기네들 마음대로 사고 파는 겁니까. 게다가 영부인은 선출된 권력이 아닌 단지 대통령의 배우자일 뿐입니다. 공적 마인드를 갖추지 못했다면 그에 맞는 무거운 처벌로 무엇이 옳은지를 알려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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