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먼저 삼키는 AI

by 연산동 이자까야

"이미 단순 사무, 고객 응대, 경리, 회계 등은 상당 부분 AI로 대체됐습니다. 우리가 흔히 '전문직'이라고 부르는 의사, 약사, 변호사 등도 변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내에 지식 노동자의 가치가 '0'에 수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육체 노동자의 가치가 지식 노동자의 가치를 추월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피지컬 AI 기술의 발전으로 고숙련 육체 노동자조차 예외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표적인 미래학자 서용석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AI)으로 변화할 일자리의 미래를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서 교수는 "AI가 신규 산업과 직업,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란 주장도 있지만,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요구해 일반 청년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며 "결국 AI가 창출할 일자리는 '기회의 상징'이 아니라 ‘불평등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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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청년층에게 더 치명적입니다. 앞으로 기업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인력을 기술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한층 더 강화할 것입니다. 사람이 하던 일을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면 기업은 신규 채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문제는 한국의 제도적 환경이 변화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고용 유연성이 가장 낮고, 해고·고용이 까다로운 노동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손쉽게 인력을 조정할 수 없다 보니 기업은 신규 채용을 더욱 꺼리게 됩니다. 결국 대부분의 청년은 실업 상태로 내몰리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AI의 '일자리 침공'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AI에 노출된 업종 대다수에서 청년 고용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30일 발표한 'AI 확산이 청년층 일자리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년간 감소한 청년층 일자리 21만1000개 중 AI 발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일자리는 98.6%(20만8000개)에 달했습니다. 단순 반복 업무는 물론이고 대체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지던 전문직과 서비스업 전반까지 AI가 빠르게 침투하면서 일자리 지형이 크게 변화하고 있죠.


한국공인회계사회·한국회계학회·회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3일 발표한 '회계사 수습기관 운영 현황 및 개선방향 연구'에 따르면 2025년 회계사 시험 합격자 1200명 가운데 지난해 10월 말 기준 실무 수습기관에 등록한 인원은 338명으로 전체 26%에 그쳤습니다. 회계업계가 AI 도입·불황 등을 이유로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줄인 영향입니다. 금융기관 콜센터 역시 AI 상담사로 빠르게 대체되며 대량 해고 문제가 이미 불거진 바 있습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발간한 '근로자의 생성형 AI 활용 실태 조사'에 의하면 부산 지역 근로자 14.4%는 AI를 '잠재적 위협 및 경쟁자'로 인식한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20대 근로자가 AI를 잠재적 위험으로 인식하는 비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습니다. 이는 청년층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부터 AI에 의해 대체되면서 직접적인 일자리 감소·업무 구조 변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서 교수는 AI 시대에는 '노동시간=소득'이라는 공식이 붕괴되고, 탈노동사회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탈노동사회로 가는 동안 혼란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업, 정부, 개인 모두 자구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죠. 서 교수는 "AI는 직업 전체를 없애기보다 직무 안의 업무 구성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며 "재배치·직무 재설계·재훈련이 표준이 되는 쪽으로 제도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는 기업이 인력 감축 대신 재배치·전환배치·전직훈련을 우선하도록 지원금이나 세제 등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도 AI 도입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교육이나 재배치, 직무전환에 재투자해야 하고, 개인도 '업스킬링·리스킬링'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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