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특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사 간 집에 문제가 생겨 상담을 하게 됐습니다. 상담을 한 대상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챗봇이었습니다.
꽤 어려운 문제였는데, 챗봇은 몇 번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간단하게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기분이 묘했습니다.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했다는 시원함보다 '이게 뭐지?'라는 당혹스러움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요즘 매일 충격을 받습니다. 충격의 근원은 비슷합니다. AI(인공지능)입니다. 매일 AI의 광폭 행보가 들려옵니다. 그럴 때마다 'AI의 한계는 어디인가?'란 물음보다 '인간은 어떻게 될 것인가?'란 걱정이 앞섭니다.
2일 또다시 놀라운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롯데이노베이트가 휴머노이드 로봇과 AI 기술이 실제 유통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차세대 미래형 편의점 'AX Lab 3.0'을 공개했습니다. 'AX Lab 3.0'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AI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매장을 스스로 관리하고 고객을 응대하는 살아있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합니다.
매장에선 휴머노이드 로봇이 관리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로봇은 실제 직원처럼 매장 곳곳을 누비며 고객에게 상품 위치를 음성으로 안내하고 행사를 소개합니다. 24시간 매장 관리도 가능합니다.
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알바는?'이었습니다. 편의점은 '알바'의 대명사입니다. '편의점 직원=알바'는 거의 공식에 가깝습니다. 실제 주위에서 '알바'를 했거나, 하는 중이거나, 앞으로 할 예정인 사람들에게 물으면 가장 먼저 편의점을 거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편의점 '알바'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갓 '알바계'에 입문한 청년층부터 나이 지긋한 중년층까지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생'의 나이는 다양합니다. 그런데 휴머노이드 로봇이 편의점에서 일한다면 수많은 '알바생'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새로운 '알바'의 바다가 열릴까요? AI는 추상적이고 거대한 현상이 아닙니다. 편의점 '알바'처럼 우리 생활 깊숙하게 침투하고 있습니다.
최근 비슷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1월 현대차그룹이 'CES 2026'에서 피지컬 AI 아틀라스를 선보였습니다. 인간처럼 섬세한 작업이 가능해 2028년부터 미국 등 자동차 생산공장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즉각 반응이 나왔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생산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한동안 아틀라스가 이슈로 떠오르자 이재명 대통령까지 등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들이 느끼는) 절박함도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어떻게든 이런 흐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I의 '일자리 침공'은 현시대 가장 뜨거운 화두입니다. 새로운 AI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진지한 분석이 수없이 이뤄졌습니다. 여기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해진 미래는 명확합니다. 결국 AI가 인간의 영역을 아주 많은 부분 대체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요?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내몰릴까요? 아니면 AI가 만든 세상에서 풍요로움을 만끽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그 사람을 언급한다고 해서 오해는 하지 마시길. 바로 '자본론'을 쓴 칼 마르크스입니다. '자본론'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노동력입니다. 그 노동력을 AI가 대체하고 있는 현실을 마주한다면 마르크스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무척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