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PK와 TK는 왜 극명하게 다를까

by 연산동 이자까야

행정통합으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한동안 혼란과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화선은 지난 2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였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이 처리됐습니다.


문제는 다른 두 곳입니다. 대구경북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과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도 함께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처리가 보류됐습니다. 양당의 입장은 극명하게 다릅니다. 민주당은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소멸 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통합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하지만 국민의힘은 '졸속 입법'이라고 반발합니다. 심지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행정통합이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할 문제냐"며 "내용을 보면 전남광주만 유일하게 좋고, 충남대전과 대구경북을 차별했다. 민주당의 일당 독재"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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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특히 대구경북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이 보류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지만 내부에선 책임을 둘러싸고 대구 지역 다선 의원과 원내지도부 간 설전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사위 후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구 6선으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주호영 의원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반대해서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발언을 거론해 당 지도부 중 반대한 사람이 있다면 책임이 엄중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북 3선인 송언석 원내대표는 "주 의원께서 저를 지목한 것이라면 큰 오산이고 명예가 훼손됐다고 느낀다"고 맞받으며, 자신은 민주당 측에 TK 지역 주민 의견을 듣는 절차를 넣어달라고 요청했을 뿐 반대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주 의원 측에 대구시장 출신 권영진 의원이 가세하면서 "지금 그 말이 반대하는 취지가 아니냐"고 했고, 송 원내대표는 "동의할 수 없다"며 자신의 원내대표 거취 문제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법안 처리가 보류되자 대구시당위원장인 이인선 의원을 비롯한 대구 지역 의원 12명 중 11명이 국회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지도부에 직접 확인한 결과 일부에서 제기된 국민의힘 지도부 반대설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며 "근거 없는 주장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지역 여론을 혼란에 빠뜨리는 행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대구경북의 분위기가 느껴지십니까. 더 확실한 장면을 보여드리겠습니다. 25일 아침 대구경북 언론들의 반응입니다. 영남일보는 1면에 기사를 싣지 않았습니다. 대신 검은색 배경에 "野는 막았고 與는 눈감고 또 누군가는 딴지 걸었다…캄캄한 미래 우린 묻는다 TK 통합법 불발 책임을"이라는 글만 올렸습니다. 충격적인 1면입니다. 매일신문은 1면 제목으로 "與 주도 법사위 제동 'TK특별시' 무산 위기"라고 썼습니다. 대구신문 1면 제목도 "대구경북 행정통합 물건너 가나"였습니다.


대구경북이 행정통합에 얼마나 절실한지 감이 오십니까. 대구경북은 윤석열 정부 때 이철우 경북지사와 홍준표 대구시장 주도로 행정통합이 진행되다 중단된 상태여서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어느 지역보다 절실하게 느낍니다.


대구경북과 달리 충남대전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25일 대전시의회에서 "대전충남의 미래를 짓밟은 국민의힘은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며 "거대 경제권 구축,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지역 발전의 핵심 동력이 멈춰 섰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충청권의 얄팍한 정치적 계산을 앞세워 지역의 명운이 걸린 특별법을 사장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즉각 반발했습니다. 이 시장은 "행정통합에 반대한 적 없다. 민주당이 낸 엉터리 법안에 반대한 것"이라며 "정치적 계산은 입장을 갑자기 뒤바꾼 사람들이 한 것이다. 여야가 특위를 설치하고 논의를 국회에서 충분히 해서 다음 총선이든, 차기 대통령 선거 때 결론을 내도 충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행정통합은 속도가 아니라 재정과 권한 이양이 중요한데, 민주당이 주도하는 통합법안엔 핵심 내용이 모두 빠지고 선언적 문구만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 부산·경남은 어떨까요. 앞서 부산·경남은 통합 시점을 2028년으로 미룬 바 있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브리핑에서 "주민 의사도 제대로 묻지 않고 무리하게 통합을 강행하는 것은 단순한 무책임을 넘어 권력 남용"이라며 "이번 특별법 내용을 검토한 결과 통합의 혜택보다 비용이 훨씬 더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강조했습니다. 경남도는 입장문을 통해 "통합특별법안이 지역의 실질적인 자립을 보장하지 못하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라고 평가했습니다.


행정통합을 둘러싼 지역별 반응은 달랐습니다. 특히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의 반응이 너무 극명하게 다르지 않습니까. 왜 그럴까요? 답은 대부분 알고 있으리라 추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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