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전격적인 군사작전에 돌입해 사흘째 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군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친이란 대리 세력 헤즈볼라가 가세하면서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여기에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유가가 뛰어올라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관심을 끈 대목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을 시작한 지 15시간여 만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의 특수작전으로 축출된 데 이어 두 달 만에 이란 최고지도자가 죽었습니다.
여기서 떠오르는 인물이 한 명 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입니다. 우리 입장에선 중동의 전쟁도 걱정되지만 무엇보다 북한의 반응이 궁금해집니다. 미국과 각을 세운 국가의 지도자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현실에서 김 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한반도 평화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김 위원장은 공포를 느꼈을 것입니다. 미국이 북핵 위협 제거를 명분으로 자신을 '참수작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위기를 체감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전문가들은 핵 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는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핵이 없는 이란이 당하는 모습을 보며 핵 무력에 대한 집착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평가입니다.
북한과 이란은 핵 개발만 놓고 보면 상황이 다릅니다.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2017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습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4년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을 50기로 추산했습니다. 반면 이란은 아직 핵무기 개발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한 뒤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최근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 포기 합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국제 사회에선 북한과 이란 모두 불법 핵무기 개발 국가지만 처지는 다른 상황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은 국제 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노동당 9차 대회에서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풀이하면 미국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묘한 지점이 있습니다. 북한은 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기적, 패권적 야욕 달성을 위해서라면 군사력의 남용도 서슴지 않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안무치한 불량배적 행태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의 비난 수위가 꽤 높았습니다. 중국과 비교하면 그렇게 보입니다. 중국은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사망 발표 14시간 만에 공식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주권 국가 지도자를 살해하고 정권 교체를 선동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수준이었습니다. 북한과 톤이 다르죠?
눈여겨 볼 지점은 북한이 미국을 비난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북한의 이런 기조는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이 정도면 김 위원장의 계산이 무엇인지 짐작이 되지 않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 주석을 만납니다. 그동안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감안하면 갑작스러운 북미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이 꾸준하게 제기됐습니다. 김 위원장도 상당히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중동 사태가 발발해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졌습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향후 행보는 어떨까요? 어쩌면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으로 김 위원장의 대응 방향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예측한 대로 믿을 건 핵무기뿐이라는 생각에 집착하든지, 아니면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