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강 건너 불 아니다

by 연산동 이자까야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부터 소개하겠습니다. 몇 년 전 지인의 어머니가 거주하는 시골집을 고치려고 읍에 있는 수리점에 찾아가 견적을 냈습니다.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나왔습니다. 지인이 사장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사장은 의외의 답을 내놨습니다.


"푸틴…."


지인은 깜짝 놀랐습니다. 조그만 시골 마을 수리점 시장에게서 기대했던 답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사장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는 바람에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시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발발한 이후였습니다. 그때 지인은 먼 나라의 전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우리 생활 곳곳을 파고들 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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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4일 현재 이런 평범한 진리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강 건너, 먼 나라의 전쟁 여파가 우리 생활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가장 직접적인 부분은 기름값입니다. 중동에서 전쟁이 발생해 국제 유가가 급등했습니다. 그 결과 국내 기름값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입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날 기준 1765.7원(ℓ당)으로 전날보다 42.7원 급등했습니다. 경유는 지난 3일 1634.6원에서 이날 1706.7원에서 하루 만에 72.1원이나 올랐습니다. 부산 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도 1761.0원으로 전날보다 53.2원 급등했습니다. 부산 경유 가격은 1717.7원으로 2022년 12월 27일(1700.8원) 이후 약 3년 3개월 만에 1700원대로 올라섰습니다. 기름값이 오르면 시민들의 시름이 깊어집니다.


기름값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더 큰 문제는 증시입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698.37포인트(12.06%) 내린 5093.54에 장을 마쳤습니다. 역대 최대 하락률입니다. 직전 역대 1위는 미국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 12일 기록한 12.02%입니다. 하루 만에 코스피 시가총액 574조4860억원 가량 증발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지난달 26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6300선까지 돌파해 6307.27에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일주일도 안 돼 5000선이 위협받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주까지 '오늘이 최저점'이라는 기분 좋은 행진을 벌이다 불과 며칠 사이 '오늘이 최고점'이란 탄식이 나올 지경입니다. 주식시장의 패닉은 곧 개미들의 울음입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원/달러 환율도 1500원을 위협할 정도로 오르고 있습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0.1원 급등한 1476.2원을 나타냈습니다. 만약 1500원을 넘기면 외국으로 자녀를 유학 보낸 학부모들의 고민이 커집니다. 심지어 유학생들이 공부를 잠시 접고 귀국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립니다. 당연히 외국 여행가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이 정도면 전쟁은 강 건너 불이 아닙니다. 개인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 닿습니다. 여기서 국가 경제를 논하면 사안은 더 심각해집니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습니다.


예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비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누구를 비난해야 할까요? 답은 나와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단 한 명의 선택이 전 세계를 어떻게 흔드는지 목격했습니다. 이번에는 그 강도가 더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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