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신고에도 '가해자 분리' 없었다

by 연산동 이자까야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스토킹하다 끝내 여성을 길거리에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여성이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했고, 스마트워치도 가지고 있었지만 범행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구속 등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완벽하게 분리하지 못한 법원과 수사기관을 향해 날 선 비판이 이어집니다.


지난 14일 오전 스토킹 피의자 김훈(44)에게 살해당한 20대 여성 A 씨는 가정폭력과 스토킹으로 올해 들어서만 5차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자신의 차량에 김훈이 부착한 위치추적 장치가 발견됐다는 사실도 경찰에 알렸고, 직장도 여러 차례 옮겼습니다.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도 가지고 있었고, 더욱이 사건 발생 2분 전 스마트워치를 눌렀지만 범행을 막진 못했습니다.


김훈은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 2·3호와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2·3호 적용 대상자로, A 씨에게 연락하거나 주거·직장 100m 이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지 경찰이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잠정조치 3의2호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를 구금할 수 있는 잠정조치 4호도 검토 중인 단계였습니다. 이에 대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가해자가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로 재범 위험성이 높았음에도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격리하는 등의 경찰 대응이 부족했다”며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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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는 ▷1호 서면 경고 ▷2호 100m 이내 접근금지 ▷3호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3의2호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4호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조치 강도가 높아집니다. 이 가운데 잠정조치 3의2호와 4호는 가해자의 동선이나 신체를 직접 통제하는 ‘강한 잠정조치’로 꼽힙니다.


그런데 최대 한 달간 가해자를 구금할 수 있는 잠정조치 4호는 경찰이 신청하는 경우가 많이 없고, 법원이 쉽게 허락하지도 않습니다.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경찰이 잠정조치 4호를 신청한 경우는 632건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중 37.8%인 239건에 대해서만 조치를 결정했죠. 2024년(40.9%)과 2023년(50.9%)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경찰의 소극적 신청에는 법원의 높은 문턱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죠.


스토킹 등 친밀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집이나 직장, 가족, 인간관계, 생활반경 등 개인정보를 알고 있는 만큼 보복 우려가 매우 큽니다. 스토킹 범죄는 피해 신고가 이뤄진 뒤 순식간에 살인·폭행으로 번지는 특성도 가지고 있죠. 그러나 2024년 5월 22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32건의 스토킹처벌법(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전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입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입법 논의가 정쟁에 밀려 차일피일 미뤄진 결과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두고 “관계 당국의 대응이 더뎠고 국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며 관계자를 감찰한 뒤 엄히 조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경찰은 접수된 스토킹 신고를 신속하게 전수조사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빠르게 취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문제가 되는데, 스토킹 관련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하고 빈틈없는 제도 보완을 서둘러달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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