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때문에 행복합니다

by 연산동 이자까야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 환자들의 고민 중 하나는 탈모. 특히 나이 어린 환자들은 머리카락이 빠지면 정신적 충격을 받습니다. 대인기피증을 앓기도 합니다. 어머나 운동본부는 소아암 환자의 가발을 만들어 기증하는 단체. 어머나는 ‘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의 줄임말. 부산 동의대 고정환(23) 씨가 길이 30㎝의 머리카락을 잘라 어머나 운동본부에 기증한다고 합니다. 육군 병장으로 제대해 1년 8개월 동안 길렀다고 하네요. 소아암 환자 가발 제작에 필요한 머리카락은 2만 가닥. 가격도 200만 원이 넘습니다.


부산의 화물트럭 기사인 신문종(70) 씨는 올해 1월 500번째 헌혈을 했습니다. 1977년부터 매년 10번 내외의 헌혈을 한 셈. 그는 만 70세가 되는 올해 10월 19일부터는 헌혈을 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로 피가 부족하다는데 아쉽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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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에는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젊은 환자가 장기를 기증해 8명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고인의 어머니는 의료진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이제 제 앞에는 아이의 사망진단서가 놓여있습니다. 내일 아침 아이의 장기는 여덟 분의 긴 소망의 답변이 되기 위해 수술을 받게 됩니다. 수술실을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전 어리석은 제 희망을 놓지 못할지도 모릅니다(중략). 제 아이와 그 여덟 분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시길 깊이 소망합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췌장을 이식 받은 청년에게 고인의 어머니가 적은 편지를 액자로 만들어 전달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어떤 이는 사랑을 남긴다. 그리고 그 사랑 안에서 우리는 부활이라는 것의 참 의미를 넌지시 깨닫는다.” 췌장 이식 수술을 집도한 최병현 외과교수의 단상입니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국내 대기자는 12일 현재 4만3182명. 장기 기증 서약자는 누적 243만6691명에 달합니다. 머리카락에 피에 장기까지 나누는 영웅들. 당신과 한 시대를 산다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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