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성큼 다가왔다

by 연산동 이자까야

해양도시 부산은 해수욕장에 얽힌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시인 천상병(1930~1993)에 얽힌 일화 하나. 1960년대 송도해수욕장~자갈치를 왕복하던 배는 천상병의 ‘호화 요트’였습니다. 막걸리 한잔에 갈매기를 벗삼아 하루 종일 신선놀음 해도 누구 하나 말리지 않았습니다. 내리고 다시 타지 않는 이상 뱃삯은 한번만 주면 됐기 때문. 가난이 ‘직업’인 천재 시인은 뱃머리에선 황제가 되기를 꿈꿨습니다. 나폴레옹처럼 바다를 향해 손을 뻗어 ‘진격’ 신호를 내리기도. 선주가 “애도 아니고 왜 이러십니까”라며 말렸다는 ‘증언’은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집니다.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 모래축제에 관람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국제신문

바다를 보며 시상(詩想)을 떠올렸던 천상병은 다대포~송도~자갈치 해안길을 즐겨 다녔다고 합니다. 지금도 이곳은 싱싱한 해산물과 등대와 해녀와 갈매기와 경상도 사투리가 뒤섞여 마치 이국적인 세상으로 소풍 가는 듯한 환상을 심어줍니다.


가요평론가 이동순은 80년 전에도 서구식 수영복이 유행했다고 소개합니다. “1935년 오케레코드사 이철 대표가 조선 10대 도시 향토찬가 음반을 제작됐다. ‘부산 노래’가 가장 먼저 음반으로 만들어졌다. 음반 소개 광고 삽화에 수영복 차림의 여인들이 등장한다.”


1935년 발표된 이효석의 단편소설 ‘계절’에도 해수욕장 풍경이 등장합니다. “여름의 해수욕장은 어지러운 꽃밭이었다. 청춘을 자랑하는 곳으로 건강을 결정하는 곳이다. 파들파들한 육체, 그것은 탐나는 과일이요, 찬란한 해수욕복 그것은 무지개의 행렬이다.”


부산 7개 공설해수욕장 중 해운대·송정 해수욕장이 2일 개장했습니다. 모래와 수질은 모두 ‘양호’ 판정을 받았다고 하네요. 물놀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해운대는 이른 더위 영향으로 벌써 피서객이 북적입니다. 송정해수욕장은 서퍼들이 점령. 해수욕장 완전 개장은 7월부터입니다. 바다도 2년 만에 ‘일상’을 되찾은 듯 합니다. 부산행 기차에 오를 준비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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