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이 담긴 구서동 떡볶이

by 연산동 이자까야

최근 스페인 공영방송 RTVE의 장수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에스파냐’는 ‘김치’를 도전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미슐랭 스타 셰프인 조르디 크루즈는 “김치는 한국 고유의 발효음식이자 슈퍼푸드”라고 소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9명은 김치 다짐이나 볶음처럼 익숙한 요리부터 밀폐된 비닐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미지근한 물로 데우는 ‘수비드’ 조리법까지 동원해 독특한 요리를 탄생시켰습니다. 최종 우승은 스페인에서 사랑받는 페이스트리 생지와 김치를 어울리게 한 ‘김치 롤’ 요리사가 차지. K푸드의 위상을 증명하듯 이날 시청률은 무려 14.3%.

부산 구서동 떡볶이집 앞에 붙어있는 메모들. 황경민 작가 제공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은 역대 최고인 113억60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2017년 91억5300만 달러에서 4년 새 24%나 증가한 수치. 전문가들은 K팝·K드라마·K무비가 인기를 얻으면서 K푸드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가운데 떡볶이를 빼면 섭섭합니다. 최근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서 떡볶이를 파는 ‘오륙도 푸짐한 집’이 SNS에서 화제인데요. 문 닫힌 가게 앞에 “아프지 마세요” “빨리 나으세요” “어서 돌아오세요”라는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 있습니다. 오륙도 푸짐한집의 떡볶이는 개당 100원이어서 주머니가 가벼운 아이들이 배를 채우며 친구와 수다는 떨던 명소. 그런데 70대 주인 할머니가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한 달 넘게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늘 정이 넘치던 할머니가 보이지 않으니 아이들이 응원 편지를 쓴 것입니다. 이런 소식을 들은 할머니도 최근 가게 문 손잡이에 “얘들아. 편지 잘 받았어. 할머니 빨리 올 수 있게 노력할께.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해. 떡뽁기(볶이) 할머니가”라는 답장을 써 붙였습니다.


작가 황경민은 페이스북에 “구서동 한 평 남짓 간판도 없는 떡볶기집 할머니가 앓아 누우셨나 보다. 닫힌 출입문에 수많은 응원 메시지가 붙었다(중략). 다디 단 떡볶기 국물이 왜 빨간지, 왜 할머니의 떡볶기는 눈물이 날 정도로 매운지, 떡볶기 그 매운 맛이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사람을 살리는지 알 것도 같은, 괜히 뜻 없이 사소해지고 일없이 그리워지는 평일 오후”라고 적었더군요. 오륙도 푸짐한집의 떡볶이야말로 소울이 담긴 음식 아닐까요. 할머니, 빨리 돌아오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바다가 성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