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웨어러블 캠

by 연산동 이자까야

부산 동래구의 한 공무원이 지난 25일 민원인에게 폭행 당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에는 ‘무릎 꿇리고 가슴팍을 발로 차고. 너무나도 반인륜적인 사건’이라며 분통을 터뜨린 글이 올라왔는데요. 과거 민원인에게 흉기로 위협을 당했다는 또 다른 공무원은 ‘이번에도 가만히 있으면 다음은 당신이 될 수도 있다’는 글을 게시.


홍성군은 지난 2월부터 민원 응대부서에‘웨어러블 캠’을 도입했다. 사진은 ‘웨어러블 캠’을 착용한 공무원이 민원인을 상대하는 모습. 홍성군

악성 민원은 매년 증가추세.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민원인 위법 행위는 2018년 3만4484건에서 2020년 4만6079건으로 늘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술에 취해 울산의 한 주민센터에 들어가 발열 체크를 하는 공무원을 폭행한 50대 여성 A 씨가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기도. A 씨는 발열 체크를 하는 B 씨에게 “마스크를 벗으라”며 욕설하고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3월에는 경기도 안산시를 찾은 한 민원인이 손 소독제를 공무원 머리에 던지고 난동을 부렸다가 경찰에 체포.

민원인 폭언·폭행 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자치단체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충남 홍성군은 민원 담당 공무원에게 목걸이형 카메라인 ‘웨어러블 캠’ 27대를 보급.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증거로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악성 민원 증가는 직업 만족도 하락으로 연결됩니다. 부산시의 한 공무원은 “공직에 막 입문한 2030세대들이 민원인 없는 곳으로 인사이동을 요구하거나 자괴감을 느껴 퇴직하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하더군요. 통계를 찾아봤더니 사실이었습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재직년수 3년 이하 공무원 퇴직자는 2017년 4712명에 2020년 8442명으로 배 가까이 증가. 한국행정연구원의 ‘2021년 공직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무만족 인식에서 재직년수 5년 이하 공무원이 최하위를 기록.

요즘 기업뿐 아니라 공직사회도 고객(민원인) 만족도를 끌어올리기에 사활을 겁니다. 누가 진상을 부려도 무조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입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야만과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번지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실수도 반복되면 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