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반환 소송 패소

by 연산동 이자까야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교육현장에선 사상 처음으로 비대면 수업을 도입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으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른바 ‘마스크 세대’들은 친구를 만나지 못해 사회성 발달에 애를 먹었습니다. ‘문해력 저하’도 코로나19 영향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원격수업 장기화와 디지털기기 사용 증가에 따라 글 읽기를 꺼리는 청소년이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올해 5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초중고 교사 1152명에게 물었더니 약 40%가 “아이들의 문해력 수준이 70점대(C등급)에 불과하다”고 답했습니다.

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원고측 법률대리인인 하주희 변호사가 재판 결과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기관도 골치를 앓았습니다. 원격수업에 필요한 기자재와 인력 확보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했거든요. 여기에 “원격수업으로 학습권이 침해됐으니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라”는 주장이 확산하면서 학내 갈등도 깊어졌습니다. 실제로 전국 대학생 2697명은 26개 사립대와 정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1심 판결이 1일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7부는 이날 “비대면 수업은 학습권을 보장하면서도 생명권·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업료·실험실습비를 돌려달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또 “(원격수업으로) 재학생들과 대학이 맺은 ‘재학 계약’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 코로나19를 고려하면 등록금 반환을 강제하거나 적극적으로 권고하지 않았다고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피고인 사립대와 정부에 법적 책임을 지우기에는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뜻입니다. 원고 소송대리인은 “학칙상 근거도 없이 전면 대면 교육을 시행했으면 고통 분담 차원에서라도 일부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아쉬워하더군요.


사실 세계적으로 등록금 반환소송을 해서 승소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전면 원격수업과 대면수업 등록금을 똑같이 책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감염병 펜데믹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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