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요즘 차에 관심이 생겼어요. 라노의 고향인 황령산 말고도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같은 곳에 가서 친구를 많이 만들고 싶었거든요. 신중하게 차를 고르는데 전기차가 눈에 들어왔어요. 연비가 좋고, 소음이 거의 없이 조용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다만, 주변에서 전기차에 화재가 나면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조언해 주신 게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라노가 전기차 화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난달 26일 부산 북구 만덕2터널 입구(동래방향)를 주행하던 전기차(테슬라 모델3)에서 불이 나 25분 만에 꺼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같은 날 서울 강북구에서는 충전 중이던 전기승합차에서 화재가 나 인근 주민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지난해 6월에도 부산 남해고속도로 서부산톨게이트에서 아이오닉5가 충격흡수대를 들이받은 뒤 전소해 2명이 사망했습니다. 그 외에도 같은 해 1월 현대자동차 코나 차량이 충남 태안군 한 도로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되는 등 크고 작은 전기차 화재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잇단 화재 사건으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화재 발생률이 높고, 화재에 더 취약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뭐라노 취재 결과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화재 발생률이 더 높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국내에 등록된 내연기관차량은 약 2500만 대로 연간 4500여 건의 차량 화재가 발생합니다. 약 35만 대가 등록돼 있는 전기차량의 경우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발생한 화재 사건이 모두 45건입니다. 전기차 화재가 연도별로 증가하지만,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전기차 화재 사건도 증가한 것입니다. 등록대수를 대비해 화재 발생률을 계산하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화재 발생률은 비슷한 수준입니다.
전기차의 화재 발생률과 내연기관차의 화재 발생률이 비슷함에도 전기차에서 일어나는 화재가 더 위험하고, 더 자주 발생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습니다. 불이 더 빨리 번지고, 오랫동안 화재가 진압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사용자들을 무서움에 떨게 하는 화재의 원인은 ‘배터리 열폭주’ 현상입니다.
전기차 내부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배터리에는 양극과 음극, 둘 사이를 분리하는 분리막이 존재합니다. 양극과 음극이 부딪히게 되면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분리막을 통해 이 둘을 떨어트려 놓는 것입니다. 하지만 외부 충격과 같은 이유로 분리막이 손상돼 양극과 음극이 만나게 되면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며 화재가 발생합니다.
불은 배터리 한 개를 태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옆에 있는 배터리로 불이 옮겨 붙어 연쇄적으로 화재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전기차 바닥에 내장돼 있는 90~100개의 배터리를 모두 태울 때까지 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8시간 이상 화재 진압을 해야지만 겨우 불이 꺼지게 되는 것입니다.
화재 진압을 어렵게 하는 이유는 더 있습니다.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강철로 만들어진 차의 바닥 부분도 문제가 됩니다.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강철로 만들었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장애물로 바뀝니다. 뚫을 수도, 뜯어낼 수도 없는 강철판 안으로 물을 집어넣기 힘들기 때문에 화재 진압에 애를 먹게 됩니다. 그래서 배터리 열폭주가 일어나면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는 작업을 하기보다 불이 난 부분에 물을 뿌려서 열을 식히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동의과학대 자동차과 김만호 교수는 차의 하부 철판에 물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배터리 열폭주가 일어났을 때 배터리에 직접적으로 소화액을 분사할 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소방관이 직접 뚫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불이 타오르는 와중에 구멍을 뚫을 수도 없을뿐더러, 강철로 이루어져 힘들기도 합니다. 내부는 배터리로 이뤄져 감전의 위험도 있습니다. 김 교수는 “전기차 제조사가 배터리 열폭주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배터리 열폭주는 왜 발생하는 걸까요? 주된 원인은 차량 하부에 가해지는 충격으로 인한 배터리 손상입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충돌로 배터리가 손상될 수 있지만 운전자가 차마 인지하지 못하는 충격으로 배터리 폭주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차량 하부가 긁힌다든지, 코너를 돌다 부딪힌다든지, 과속방지턱을 넘다 바닥이 손상된다든지 등의 이유로 배터리의 분리막이 망가진다면 열폭주가 일어납니다.
소방서는 전기차의 배터리 열폭주 화재를 진압하게 위해서 크게 3가지 방법을 씁니다. 배터리가 있는 차량 하부에 소화관을 넣어 위로 물줄기가 퍼지게 하는 ‘사방방사 관창’, 불이 난 차 주위로 수조를 두른 후 물을 넣어 차체를 물에 잠기게 하는 방식으로 불을 끄는 ‘이동식 수조’, 타지 않는 재질로 이루어진 천을 덮어 산소를 차단해 불을 끄는 ‘질식소화덮개’ 등을 활용합니다.
열폭주로 인한 화재는 개인이 진압할 수 없습니다. 차량 내부에 소화 기기를 설치해 사용한다고 해도 배터리 폭주 상태라면 무용지물입니다. 최대한 빨리 차량에서 탈출해 소방서에 신고해야 합니다.
배터리 열폭주를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서는 안전운전이 기본입니다. 사고도 조심해야 하고, 과속방지턱과 같은 높은 턱을 조심해야 합니다. 차의 아래쪽으로는 충격이 가지 않게끔 운전해야 하고, 배터리에 충격이 가지 않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김 교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배터리 열폭주가 일어날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사고가 일어났지만, 언젠가는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같은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방차가 못 들어가고, 전기차 화재를 위한 각종 소방 장비들을 설치할 공간이나 높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김 교수는 “아파트로 불이 번지면 인명과 사회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