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제3자 변제안'으로 정했어요.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 35년이라는 잊을 수 없는 역사가 있습니다. 이 역사 속에서 수없이 많은 피해자들이 생겼죠. 제3자 변제안은 바로 이 피해자와 관련된 법입니다. 제3자 변제안이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938년 중국과 전쟁 중이던 일본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한국의 인력과 자원을 가리지 않고 모두 쓸어갔습니다. 전쟁 물자를 만들기 위함이었죠. 수많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조선소 탄광 등으로 끌려가 끝없이 이어지는 고된 노동과 매질, 고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먹을 것, 마실 것, 잠잘 곳도 충분하지 않았던 열악한 환경과 종일 이어지는 노동은 많은 한국인 노동자들의 목숨을 빼앗아갔습니다.
그로부터 80년 후인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 원의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신일본제철에 강제로 끌려가 노역을 하고 임금을 받지 못한 원고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대법원이 내린 확정 판결이었습니다. 이어 2018년 11월 한국 대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5명에게 각각 1억 원의 배상금에 1억5000만 원의 위자료까지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판결 이행을 회피해 배상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죠.
정부는 지난 6일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온 지 4년 4개월 만에 '제3자 변제안'이라는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제3자 변제안이란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피고 기업인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신해 국내 재단이 국내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방법입니다. 판결금 지급을 위한 재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청구권 자금 수혜를 입은 국내 기업이 우선 출연하게 됩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정부 입장을 발표하면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 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이 내린 3건의 확정판결 원고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제3자 변제안은 일본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이지만 일본 정부의 사죄와 전범기업의 배상은 쏙 빠져있습니다. 야당은 외교 참사라며 정부안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정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일본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했다"고 반발했죠.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정부 발표를 본 후 "잘못한 사람 따로 있고 사죄할 사람 따로 있는데 제3자 변제안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며 "그 돈을 받지 않아도 배고파 죽지 않는다. 동냥 같은 돈은 안 받겠다"고 말했습니다.
외교부는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 경색된 한일 관계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한일 간 갈등과 반목을 넘어 미래로 가는 새로운 기회라고 설명했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를 위한 변제안이 아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변제안이었다는 뜻이죠. 이로 인해 전범 기업의 배상금 지급 참여와 피해자들이 일본 측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을 기회를 뺏겨버렸습니다. 라노는 과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배상금만을 바랐을지 의문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