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중대선거구제', 이거 아나?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중대선거구제'로 정했어요. 학교 다닐 때 사회 수업 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던 용어 같기도 한데요.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가물가물하기만 합니다. 중대선거구제가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0331.png

우리나라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요.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선거이기도 하고, 여권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입니다. 총선을 앞둔 지금, '중대선거구제' 도입 여부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여야는 지난 23일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마련한 3가지 안 중에서 국회 전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단일 안을 채택, 합의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정개특위는 전날 ▷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세 가지 안이 담긴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들 3개 안은 지난 30일 전원위원회에서 다뤄졌죠.


현재 우리나라는 한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득표수를 받은 의원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 방식을 택해 선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선거구제는 군소 정당의 국회 진출이 어려워 양당제가 되기 쉽고, 그러므로 정국이 안정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선거구가 좁기 때문에 선거인들이 후보자를 알기 쉽고, 선거 비용도 절약되죠. 그러나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선되므로 사표가 많아지고, 무소속 후보자들의 당선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중대선거구제'는 1개의 선거구 안에서 두세 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입니다. 중대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에 비해 사표가 적게 발생하고, 인물 선택의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군소 정당의 난립으로 정국이 불안정해질 수 있으며 선거 비용이 많이 들고, 정책 경쟁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보궐선거와 재선거의 실시가 곤란해진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되죠.


만약 중대선거구제로 선거제도가 개편된다면 어떻게 바뀔지 라노가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2개의 거대 정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지지하는 정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사람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합니다. 딱 한 명만 뽑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중대선거구제로 개편된다면 의원을 여러 명 뽑을 수 있게 된 시민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아닌 지지하는 '사람'을 뽑을 확률이 높아지고, 여러 정당에서 의원을 선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의사가 대변될 수는 있겠지만, 의견 통합이 어려워 정국이 불안정해질 수 있죠.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으로 두세 명의 의원이 선출되면 정책 경쟁력이 약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의원을 1명만 선출하기 때문에 서로 더 좋은 정책을 내걸어 당선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러 명이 선출된다면 치열하게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더 많은 의원이 당선되기 때문에 낙선한 후보에게 던져진 사표가 적게 발생한다는 장점도 함께 공존하죠.


우리나라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3차 개헌 이후 참의원 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가 활용됐으며, 제4·5공화국에서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에 중선거구제를 채택한 바 있죠.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는 각자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긍정적 기류가 있죠. 원만하게 합의한다면 세 가지의 개편안 중 하나가 채택돼 선거제도가 개편될 것이고, 아니라면 지금의 소선거구제 방식을 유지할 것입니다. 혹은 개편안에도 없고, 소선거구제도 아닌 새로운 방식의 선거제도가 도입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갤럽에 따르면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물었을 때 응답자의 52%가 '작은 선거구에서 최다 득표자 한 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택했습니다. 32%가 '현행보다 큰 선거구에서 순위대로 두 명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꼽았죠. 선거제 개편을 원하지 않는 시민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라노는 선거제가 원활하게 개편될 수 있을지, 아니면 개편되지 않을지 궁금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