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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퍼머티브 액션' 이거아나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으로 정했어요. 직역하면 긍정적인 행동이라는 뜻인데, 대체 무슨 말인가 싶으시죠? ‘어퍼머티브 액션’은 소수집단 우대정책, 적극적 우대조치, 인종 할당제 등으로도 불리는데요. ‘어퍼머티브 액션’이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미국에서 인종 성별 종교 장애 등의 이유로 불리한 입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차별을 줄이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조치입니다. 1961년 흑인 민권운동의 결과로 케네디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처음 시행됐죠. 이후 미국 내에서 대학입시 취업 승진 등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됐습니다.


미국은 대학입시에 어퍼머티브 액션을 적용해 흑인·라틴계 등 소수 인종에게 가산점이나 특혜를 부여했습니다. 현재 미국 대학 40%가 입학 전형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됐죠. 1970년대에 7.8%에 불과하던 미국 내 흑인 대학생 비율은 이 제도 덕분에 2010년대 15%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백인과 아시아계를 역차별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습니다. 성적이 높아도 흑인·라틴계 등 소수 인종에게 자리를 뺏겨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한 학생단체가 몇몇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이 6대 2, 6대 3으로 위헌 판단을 내리며 학생단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이 백인과 아시아계를 역차별한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학업 능력이 아니라 인종으로 대입을 결정짓는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죠.


미국에서 어퍼머티브 액션과 관련된 위헌 소송은 1978년, 2003년, 2012년 세 번 열려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이번 위헌 판결은 그동안의 판례를 뒤엎는 결정이었는데요. 이런 판결이 내려진 이유로 대법관들의 성향이 영향을 줬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미국 대법원은 6대 3으로 보수 성향 대법관의 수가 우위에 있었는데요. 사실상 위헌 판결은 예정된 결과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진보 성향의 대법관만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집권 당시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대거 유입되며 생겨난 변화들이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 때 보수 쪽으로 기울어버린 연방대법원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며 이번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죠.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판결은 단순히 미국 대학입시에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대학입시는 물론 취업, 나아가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채용에서 소수 인종을 배려하는 여러 정책을 도입해왔습니다. 이번 판결 이후 기업들의 소수 인종 배려 정책에 대한 소송이 늘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죠. 그리고 이번 판결에 실망한 흑인·라틴계 등 소수인종이 똘똘 뭉쳐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등 내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어퍼머티브 액션의 위헌 판결은 미국 사회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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