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극한호우'로 정했어요. 라노는 6월 말쯤 장마가 시작될 기미가 보이자 '열흘 정도만 참으면 장마가 끝날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보통의 장마는 7월 중순이면 끝이 났었으니까요. 집은 눅눅하고, 빨래에선 냄새가 나고, 출퇴근길은 질척거리고, 공기는 끈적거렸지만 꾹 참았어요. 비가 곧 그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라노를 비웃기라도 하듯, 모든 예상을 뒤엎고 장마는 약 3주간 지속됐어요. 그것도 태풍 때나 올법한 엄청난 비가 계속해서 내렸죠. 이런 비를 기상청에서는 '극한호우'라고 부르기로 했다는데요. '극한호우'가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번 폭우로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어요. 충북 청주에 위치한 오송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며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경북·충남 등에서는 산사태로 집이 무너져 주민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어요. 엄청난 비로 인해 쏟아진 흙이 도로를 망가뜨렸고, 산사태로 인해 유실된 흙이 기찻길까지 덮쳐 기차가 선로를 벗어나는 일도 있었어요. 전국적으로 축구장 2만8000개 면적에 달하는 농경지가 물에 잠겼고, 천연기념물·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도 피해를 입었어요. 이번 폭우로 46명이 숨졌고, 실종된 4명의 생사는 아직 확인하지도 못했죠.
장마는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을 뜻해요. 우리나라의 장마는 보통 7월 중순이 되면 끝났었는데요. 하지만 이번 장마만 보더라도 7월 말이 다 되어서야 비가 잦아들었어요. 기상이변으로 장마가 끝난 후에도 폭우가 내리는 일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폭우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예전에는 장마전선 때문에 비가 내린 것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는 장마전선에 더해 대기압·대기불안정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작년에는 기상청이 짧은 시간 동안 한 지역에 극단적인 비가 쏟아진다는 '극한호우'의 개념을 처음 만들었어요. 여름철 우리나라의 비 내리는 모습이 열대지방처럼 점점 바뀌고 있는 것인데요. 이 때문에 '장마'라는 표현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미국 국립 환경예측센터(NCEP)에 의하면 지난 4일 세계 평균 기온이 17.18도로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계속해서 올라가는데 설상가상으로 엘리뇨 현상이 4년 만에 또 나타나면서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하게 됩니다. 또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자료를 보면 4월 초 전세계 평균 해수면온도가 21.1도로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기온과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며 극한호우를 불러일으킨 것인데요.
현재 대륙의 온도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올라가 있습니다. 대륙의 온도가 오르면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함유할 수 있게 되죠. 대륙은 수증기를 토양이나 나무에서부터 뺏어옵니다. 대기는 많은 수증기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많은 비가 내리게 됩니다.
지구온난화는 대륙의 온도뿐만 아니라 해양의 온도도 올립니다. 온도가 높아진 해양은 많은 수증기를 내뿜게 되죠. 수증기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바람을 타고 이동합니다. 바람이 불면 해양의 수증기가 대륙을 향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몰려가는데요. 그러면 우리가 지난 몇 주간 겪었던 폭우가 만들집니다. 이런 현상은 빠르게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는 점점 더 빠르게 일어나게 되겠죠. 기후위기는 지금도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