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탄소국경세'로 정했어요.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큰 위협을 가하고 있어요. 이는 점점 더 폭력적이고 극단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거예요. 그래서 나라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는데요. 이런 대책들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 시행을 우리나라에서 우려하는 이유인데요. '탄소국경세'가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규제가 강한 국가로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받는 무역 관세입니다. 탄소의 이동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말하죠. 수입품을 대상으로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을 따져 비용을 부과하는 것으로, 사실상 추가 관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EU 내 기업들은 2005년부터 배출권거래제(ETS)에 따라 탄소를 기준치 이상 배출할 시 '배출권'을 사는 방식으로 돈을 지불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외국 경쟁업체에 비해 높은 생산 비용이 들게 됩니다. 그래서 환경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외국 업체는 동일하게 탄소를 배출해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생산 비용으로 가격 경쟁 면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EU는 2021년 7월 14일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수준까지 줄이기 위한 입법 패키지 '핏포55(Fit for 55)'를 발표함과 동시에 탄소국경세 입법안도 공개했습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자국 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방안을 마련한 것이죠.
EU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기 전 계도기간을 가졌습니다. EU는 얼마 전 2025년 말까지 탄소국경세 준비 기간으로 정하겠다고 발표했죠. 다른 나라들이 바뀐 정책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 것인데요. 이 기간 탄소국경세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 물품을 유럽에 판매하려는 기업은 탄소배출량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물건을 만들 때 탄소가 얼마나 나오는지 조사하고 이를 EU가 제시한 기준까지 낮출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라는 뜻입니다.
EU는 2026년부터 탄소 배출량에 따른 세금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최종적으로는 매년 100억 유로를 거둬들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2026년까지 탄소배출량을 기준치 이하로 줄이지 못하면 ETS 기반 인증서를 구매해야 합니다. 탄소국경세를 내야 하는 품목으로는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력 수소 등 6개입니다. 유기화학물질과 플라스틱 등도 포함될 것으로 추정되죠.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은 EU의 탄소국경세 소식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수출하는 제품 중에 탄소국경세를 내야 하는 제품이 많기 때문인데요. 2026년부터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1년에 약 1800억 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對) EU 수출액 681억 달러 가운데 탄소국경세 대상이 되는 품목의 수출액은 51억 달러로, EU 총 수출액의 7.5%를 차지합니다. 수출 규모는 철강이 43억 달러로 가장 크고, 알루미늄 5억 달러, 비료 480만 달러, 시멘트 140만 달러 등입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대유럽 철강 수출국 중 5위로 탄소국경세 영향에 흔들릴 10개국 중 하나로 꼽히죠.
탄소배출량이 많은 중국 인도 튀르키예 호주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화석 연료 소비가 많고 수출 중심의 중공업이 중심인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탄소국경세의 영향을 크게 받을 국가들이 똑같이 관세로 보복해 세계 무역 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