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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 이거 아나?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정했어요. 라노는 마트에 장보러 가는 걸 좋아하는데요. 마트에 가기 전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바로 마트가 '쉬는 일요일'인지 확인하는 것이에요. 신나게 마트에 갔는데 쉬는 날이라 문이 닫혀있는 것만큼 곤란한 일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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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 쉬는 일요일이라는 개념이 생긴 이유는 바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때문인데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2012년 지역 전통시장 및 전통상점가 보호를 명목으로 시작됐습니다. 대형마트가 월 2회 공휴일에 쉬도록 규제하고,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을 금지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었죠. 그러니까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장을 볼 수 없는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전통시장을 찾게 될 것이란 생각에서 나온 제도였습니다.


그러던 지난 22일 정부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의무 휴업 제도를 폐지하고 영업제한시간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평일에 장보기가 어려운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등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 이를 개선하기로 한 것입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들었지만 시행 12년간 규제 효과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된 점도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며 의무 휴업 제도를 실시했지만,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대형마트로 분류되지 않은' 마트들은 여전히 공휴일에도 문을 열었고, 소비자들 상당수는 대형마트가 문을 열지 않은 일요일이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구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집계 결과 전국 전통시장 수는 2013년 1502개에서 2022년 1388개로 114개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온라인 유통 매출은 38조4978억 원에서 209조8790억 원으로 무려 5.5배 늘었죠.


대다수의 소비자들과 대형마트들은 의무휴업 제도 폐지를 반기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마트 노동자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정부 발표 이후 마트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침해하는 처사라며 폐지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2일 성명서를 통해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한 달에 딱 두 번 주말에 쉰다. 의무 휴업이 평일로 변경된 노동자들은 여가·가정생활·사회생활 참여 시간 감소 등 삶의 질이 악화되고 있으며, 스트레스를 비롯한 신체적·정신적 피로도가 증가한다고 호소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규제를 철회하기 위한 법 개정이 빨리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규제 철회를 위해서는 국회에서 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데 야당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됩니다. 게다가 법 개정으로 심야시간대 등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이 가능해지면 '새벽 배송'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해온 쿠팡, 컬리 등이 타격을 입게 되는데요. 규제 철회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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