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살인적'이라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지난해 2월 연간 물가상승률이 102.5%에 달했고, 올해 2월에는 254.6%로 세계 최고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통 일주일마다 상품 가격이 오르다 보니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월급 당일에 가진 돈을 모두 털어 필요한 모든 물건을 사고, 혹시라도 남는 돈은 달러로 바꾼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인플레이션의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1+1 상품이 물가 상승의 주요 용의자로 지목받았습니다.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이 지난주 대중소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반적으로 가격 상승 둔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1+1이나 두 번째 상품 구매 시 70% 혹은 80% 할인 등의 할인행사로 인해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물가지수에 잡히지 않는다"면서 "1+1이나 두 번째 상품 70% 할인 등과 같은 상업 할인 행사 대신 내린 가격으로 판매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이게 경제장관 만의 생각은 아닌 듯합니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도 LN+ 방송 생방송 인터뷰에서 1+1할인 행사가 아닌 실제 가격이 물가지수에 반영되었더라면 월간 물가상승률은 이미 한 자릿수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1+1은 죄가 없다'며 이를 변호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습니다. 우선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청(INDEC)부터 1+1할인 상품도 물가지수 시장조사 시 여러 조건이 충족되면 물가지수에 반영이 된다고 정부와 다소 상반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경제학자들도 "1+1행사는 늘 존재했고 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경제장관이 지난달 월간 상승률이 10% 근처일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사실은 15%에 가까워 해명할 이유를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선 재고 소진을 목적으로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하던 1+1 할인행사에까지 물가 상승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밀레이 대통령을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극단적인 자유시장주의자인 그는 지난해 12월 취임과 동시에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전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억제하던 '공정한 가격'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가격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맡긴다고 하면서 동시에 자국 화폐를 50% 이상 평가절하했습니다. 그러자 억제됐던 가격이 천정부지로 급등해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월간 물가상승률은 각각 25.5%, 20.6%를 기록했습니다. 후보 시절에는 자국 중앙은행이 돈을 마구 찍어내지 못하도록 통화를 미국 달러로 바꾸자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만약 아르헨티나에 1+1 상품이 없어지면 물가가 잡힐까요. 당분간 급격한 물가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현지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달에도 수도세(209%), 가스세(최대 500%), 전기세(최대 400%) 등 각종 인상이 줄줄이 예정됐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