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에어매트'로 정했어요. 지난 22일 경기도 부천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불은 호텔 810호 객실에서 시작됐는데, 사고의 원인으로 객실 안 벽걸이형 에어컨이 지목됐습니다. 에어컨 누전으로 발생한 불똥이 근처에 있던 침대 매트리스와 소파, 가구 등에 튄 것으로 추정됩니다. 매트리스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는데요. 매트리스는 나무 책상보다 불을 230배 더 빠르게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학물질로 만들어져 유독가스를 많이 내뿜기도 합니다. 해당 호텔에는 스프링클러도 없어 화재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불은 순식간에 번졌습니다. 22일 오후 7시 37분 810호에서 시작된 연기가 불과 83초 만에 층 전체에 깔렸죠. 7시 39분 소방당국에 화재 신고가 접수된 뒤 4분 만에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합니다. 7시 48분 소방대원이 에어매트를 설치합니다. 7시 55분 불이 난 곳과 같은 8층(실제로 7층)에 투숙하던 투숙객 2명이 대피를 위해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렸습니다. 여성이 먼저 뛰어내린 뒤, 뒤이어 남성도 뛰어내리죠.
하지만 여기서 사고가 발생합니다. 첫 번째로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매트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착지해 그 반동으로 매트가 뒤집힌 것입니다. 반동으로 뒤집혔던 에어매트를 바로잡기 전에 뒤이어 두 번째로 남성이 뛰어내리면서 뒤집힌 에어매트 바닥 공간으로 떨어졌습니다. 큰 충격과 함께 바닥에 떨어진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습니다. 소방당국은 에어매트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구조대상자가 매트 가장자리에 떨어진 뒤 연이어 또 다른 구조대상자가 떨어지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장을 방문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왜 에어매트가 고정돼 있지 않았냐"고 의문을 제기했는데요. 이에 대해 조선호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은 "인원이 부족해 딱 잡아주고 그러지는 못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과거 구명장(life net)과 안전망(safety net)으로 불리던 에어매트는 1887년 미국에서 처음 발명됐습니다. 이후 고층 빌딩이 우후죽순 생긴 20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죠. 에어매트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사람이 떨어지며 생기는 충격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평평한 공간에 설치해야 하죠. 에어매트에서 뛰어내릴 때는 엉덩이부터 떨어질 수 있도록 몸을 V자로 만들고, 에어매트 중앙으로 착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한 사람이 뛰어내린 뒤 공기가 빠져나간 에어매트가 복구되는데 통상 20초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혹여나 앞선 사람이 에어매트에 뛰어내렸다면 반드시 에어매트가 원상복구 됐는지 확인하고 낙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소방대원의 지시가 뒤따라야 하죠.
현재는 소방당국 차원의 에어매트 관련 표준 매뉴얼이 없습니다. 에어매트는 공기를 넣는 펌프 장치가 제조사·제품별로 다르고 주입구 크기·개수 등의 차이가 있지만 표준 매뉴얼이 없어 에어매트 설치 시 제조사가 제공한 사용설명서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어매트 관련 훈련도 지역마다 제각각으로 진행되고 있었죠. 소방청은 에어매트 설치·훈련 등에 관한 통합 매뉴얼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에어매트 설치·훈련 등에 관한 통합 매뉴얼뿐만 아니라 착지 안내 등에 관한 매뉴얼도 포함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