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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투어리즘'으로 몸살 앓는 관광지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오버 투어리즘'으로 정했습니다. 라노는 예전에 이제 막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한 동네에서 주민 인터뷰를 하러 돌아다닌 적이 있는데요. 몇몇 동네 주민은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은 되지만 관광객 때문에 불편한 점이 있다" "관광객이 우리가 사는 집에 들어오거나 기웃거린다" "동네에 쓰레기를 함부로 휙휙 버리고 간다" "굉장히 조용한 동네였는데 시끄러워졌다" 등 관광지에 거주하는 불편함을 토로했습니다. 한 지역이 관광지로 유명해진다는 소식은 그곳 주민에게 마냥 좋게 들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부산 사하구는 이르면 오는 9월 감천문화마을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구는 감천문화마을 특별관리지역 지정에 따른 ▷관광객 방문 시간제한 ▷편의시설 설치 ▷이용료 징수 ▷차량 통행 제한 근거를 마련했는데요. 이에 오후 6시 이후 정해진 5개 코스 외 관광객의 진입을 금지하고, 승합차의 마을 안 통행을 제한할 방침이죠. 이와 함께 입장료 징수도 검토 중입니다. 감천문화마을이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서울 종로구와 경기 연천군에 이은 전국 세 번째 사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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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관리지역 지정에는 공통적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오버 투어리즘인데요. 오버 투어리즘은 말 그대로 '과도한 관광'이라는 뜻으로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려 지역 주민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오버 투어리즘 문제를 겪는 지역은 서울 북촌한옥마을, 경기 연천 한탄강관광지, 전북 전주한옥마을, 부산 감천문화마을, 제주 등이 있죠.


'관광객 좀 많이 온다고 특별히 무슨 문제가 생기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버 투어리즘 피해는 광범위합니다. 관광객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쓰레기 문제는 당연하고요.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는 물론이고 집값도 과도하게 올라 거주하는 주민이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각종 투어 상품으로 환경 파괴가 발생하기도 하죠. 심지어 문화유산 훼손, 지역 정체성 상실 같은 심각한 문제까지 불거집니다.


오버 투어리즘은 전 세계 유명 관광지 대부분이 앓고 있는 문제입니다. 지난해 7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오버 투어리즘에 항의하는 현지인들의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식당 테라스에서 식사 중인 관광객을 향해 물총을 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14일에는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 마을 주민이 이곳을 상징하던 자작나무 40그루가량을 모두 베어냈습니다. 사진을 찍으러 온 관광객의 노상 주차와 농지 무단 침입 때문이었죠.


이처럼 오버 투어리즘에 따른 갈등이 극에 달하자 각국은 관광객 수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가장 흔한 대처 방식은 규제인데요.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은 관광에 대한 대가로 일정 금액의 '관광세'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파리, 그리스 아테네, 태국 푸껫 등은 하루 방문객 수를 제한하는 '방문객 상한제'를 시행하고요. 미국 하와이는 '환경세'를 걷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난해는 과잉 관광과 그에 대한 지역 주민의 반발이 극에 달한 한 해였습니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해외여행객은 약 14억 명에 달했는데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급감했던 관광객 수가 홍수처럼 불어나 관광지는 수용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죠. 오버 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정 규모'를 산출해 관광객 유입을 통제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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