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견과 특별감찰관

by 연산동 이자까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권력은 권력을 가진 본인 안위를 위해서라도 견제받는 게 좋다. 지금이야 취임 한 달밖에 안 돼서 비리를 하려 해도 시간이 없는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을 미리 예방하고 봉쇄하는 게 모두를 위해 좋겠다"며 특별감찰관 임명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를 상시 감찰하는 독립 기구입니다. 차관급 정무직인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15년 이상 판검사나 변호사 활동을 한 법조인 가운데 3명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돼 있습니다. 특별감찰관의 감찰 범위는 ▷부정 청탁 ▷금품 수수 ▷공금 횡령·유용 ▷공기업 및 공직 유관 단체와 하는 수의계약 등인데요. 한마디로 대통령 주변 부정과 비리를 살피는 ‘감시견’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이재명.jpeg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으로 특별감찰관을 두는 건 2012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공약이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 당선 뒤인 2014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특별감찰관법이 입법됐고요. 이듬해 3월 박 전 대통령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임명했지만, 그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과 '최순실 게이트' 내사에 나섰다가 청와대와 마찰을 빚고 2016년 9월 사실상 해임됐습니다. 그 뒤로 특별감찰관 자리는 쭉 공석을 유지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특별감찰관 기능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국회 추천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여야가 추천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갈등을 빚었고요. 이후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생기면 특별감찰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며 공수처 설치에 집중하면서 논의 자체가 중단됩니다. 문 전 대통령이 그 뒤로 후보 추천을 요청하지 않으면서 결국 없던 일이 되죠.


윤석열 전 대통령 또한 특별감찰관 임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2022년 8월 김대기 당시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특감 후보가 국회에서 결정되면 100% 수용하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반대하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선임과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연계해 진행하자고 주장했고, 민주당이 이에 반대하며 추천이 이뤄지진 않습니다. 지난해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 중 하나로 김건희 여사 논란이 지목되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논란 해소를 위해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했지만 내부 갈등만 벌어지고 흐지부지됐습니다.


현행법상 특별감찰관 임명은 대통령 의무입니다. 특별감찰관법상 결원이 발생하면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게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요. 박근혜 정부 이후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아 그 자리는 8년 넘게 비었는데요.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 친인척이나 고위 참모의 비위가 불거질 때마다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실제 임명으로 이어지진 않았죠. 그렇다고 법정 조직을 없앨 수도 없기에 사무실 임차료와 파견 공무원 인건비 등으로 매년 10억 원 가까운 예산을 꼬박꼬박 집행했습니다. 이에 예산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특별감찰관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왔죠. 이번에야말로 특별감찰관이 임명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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