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부산 동물원 역사

by 연산동 이자까야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은 1909년 11월 일제강점기 때 창경원에 세워졌습니다. 그로부터 55년 뒤, 부산의 첫 동물원이 문을 여는데요. 이곳은 부산 첫 동물원일 뿐 아니라 국내 첫 민간 동물원이기도 했습니다.


1964년 부산 금강공원 안에 개장한 동래금강동물원은 주로 금강동물원, 동래동물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동물원이 흔치 않던 시기에 코끼리 호랑이 등 140종, 860여 마리 동물을 보유한 금강동물원은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죠. 하지만 1990년대부터 운영난에 시달리다 2002년 38년의 역사를 마감합니다.


1982년엔 부산어린이대공원 내에 성지곡동물원이 문을 엽니다. 하지만 성지곡동물원 또한 금강동물원과 같은 운명을 맞이했습니다. 볼거리 부족과 낡은 시설 탓에 경영난에 시달리다 2005년 문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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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만남

이 시기 더 이상 동물원을 민간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고 생각한 부산시는 2000년 금강·성지곡동물원 매입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2004년 성지곡동물원 자리에 대규모 시립동물원을 짓는 '더파크 사업' 계획을 세우죠.


성지곡동물원은 2007년 더파크라는 이름으로 재개장이 추진됐지만 자금난에 시공사가 3차례나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동물원 개장이 좌초 위기에 놓이자 시는 삼정기업을 시공사 겸 공동 운영사로 해 2012년 '동물원 정상화를 위한 협약'을 맺는데요. 이 협약에는 운영사가 매각 의사를 보이면 시가 매수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2014년 고생 끝에 개장한 삼정더파크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6년 만인 2020년 다시 폐업합니다. 삼정기업 측은 과거 맺은 협약을 근거로 시에 동물원을 사 달라고 요청하는데요.


하지만 시는 매입 대상 부지에 사권(私權·개인 소유자의 토지 권리)이 걸린 공유지가 있다며 이를 거부합니다. 이 공유지는 삼정기업과 개인이 소유 중인데, 동물원 운영에 필요한 건물 등을 새로 짓거나 부지를 처분할 때 이 개인의 동의가 필요해 공유재산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죠.


이에 삼정기업은 시를 상대로 동물원 매매대금 500억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냅니다. 문제의 땅이 공유지인 것은 맞지만, 서로 부지가 명확히 구분되는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라 개인이 삼정기업 측 토지 활용을 문제 삼을 수 없기에 사권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1·2심 재판부는 공유자들 간에 땅 구분소유를 약정한 바는 없어 사권 행사 여지가 있다고 보고 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권이 없을 수 있다"고 보고 사권 유무와 관련한 원심 판단을 깨고 파기환송을 결정,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냅니다. 시의 삼정더파크 매수 의무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진 것인데요.


인간 싸움에

동물 등 터진다

파기환송심을 거쳐 소송 결과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삼정더파크는 2020년 소송 시작과 함께 5년째 문이 닫혔는데요. 몸집이 작은 동물은 인근 시설로 옮기고 지금은 대형 동물만 남아 사육사들의 보살핌을 받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동물원에는 121종, 484마리의 동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휴업 중에도 삼정기업이 삼정더파크 운영비를 감당해 왔으나,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이후 급격한 경영 악화로 기업회생 신청까지 하면서 동물 먹이를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에 시가 동물 먹이 지원 명목으로 예비비 1억6000만 원을 집행하기도 합니다.


시 관계자는 "향후 파기환송심을 통해 다퉈야겠지만, 삼정기업 측의 매수 청구를 승낙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과 무관하게 시가 동물원을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종합적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는데요. 다사다난했던 부산의 동물원 역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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