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에 규정된 자격을 가지고 소송 당사자나 관계인의 의뢰 또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피고나 원고를 변론하며 그 밖의 법률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변호사입니다. 한때 ‘문과 최고 전문직’ ‘최상위 연봉 직종’ 등으로 불렸죠. 지금도 뭇사람의 부러움을 사는 건 여전합니다. 그만한 직업도 없죠. 하지만 요즘 ‘법률시장’이 예전 같지 않나 봅니다.
1905년 11월 8일 ‘변호사법’, 같은 달 17일 ‘변호사시험규칙’이 공포되면서 우리나라에 변호사 명칭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최초로 3명의 변호사가 등록합니다. 3명으로 시작한 등록 변호사는 2006년 1만 명, 2014년 2만 명, 2019년 3만 명을 빠르게 넘어선 이후 올해 4만 명마저 돌파했습니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이후 매년 1700명가량 신규 변호사가 배출된 영향이 컸습니다. 변호사업계에선 이미 오래전 ‘포화 상태’ ‘공급 과잉’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 취업난이 매우 심각합니다. 이름난 대형 법률사무소가 아닌 중소형 로펌에서도 신입 변호사 채용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기도 한다네요. 로펌 경험 후 개업했다가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려워 다시 돌아가려는 변호사도 제법 많은 듯합니다. 법률 영역에 인공지능(AI) 활용도가 더 높아지면 신입 변호사가 설 자리는 훨씬 좁아질 수 있습니다.
변호사들 사이에 사건 수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사정을 짐작할 만한 사건이 부산에서 발생했습니다. 부산지검은 현직 변호사 A 씨를 뇌물 공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A 씨는 형사 사건을 수임하려고 오랜 기간 경찰관 B 씨에게 급여 형태로 금전적 대가를 준 혐의를 받습니다.
둘의 관계는 검찰이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A 씨는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지만 지난 5일 기각돼 계속 구치소에 수감 중입니다. B 씨는 한때 A 씨 법무법인의 사무장으로도 일했다고 합니다.
A 씨에게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겠지만, 이번 사건이 던지는 파장은 큽니다. 현직 변호사의 구속을 두고 지역 법조계는 “초유의 일”이라며 충격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한 변호사는 “A 씨가 형사 사건을 많이 하는 변호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경찰관에게 사례하며 사건을 수임했다는 얘기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배고픈 변호사가 굶주린 사자보다 무섭다’는 미국 격언이 있다죠. 변호사가 급증하면서 일부 대형 로펌 소속이 아니면 생계를 위해 경쟁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예전엔 생각할 수 없었던 일까지 벌어진 듯합니다.
책임을 로스쿨로만 돌릴 수 있을까요. 로스쿨은 변호사 배출을 늘려 일반인이 저렴한 비용으로 법률 서비스에 접근하기 쉽게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사법시험의 사회적 경제적 형평성 문제도 로스쿨 설립 계기가 됐죠. 그러나 의도와 달리 법률 서비스 질이 낮아지고, 변호사들이 저가 수임 경쟁에 내몰린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한쪽 시각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주변에 ‘아는 변호사’ 한 명 없고, 전화나 면담으로 법률 자문조차 하기 어려운 장삼이사가 넘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100명 수준인 국내 변호사 수가 미국(400명) 영국(226명) 등 선진국보다 적은 편이라, 공급 과잉으로 볼 수 없다는 거죠.
우리 법률 시장 규모를 고려해 변호사 수 적정선을 어느 정도로 맞추는 게 좋을지 논의가 이뤄져야겠습니다. 도입한 지 16년 지난 로스쿨이 애초 취지를 제대로 지키며 운영되는지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