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주 '이거 아나'에서 '특별사면'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을 앞두고 83만6687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하기로 했습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특별사면인데요. 여기에는 윤석열 정권에서 수사를 받고 실형이 확정된 여권 인사가 다수 이름을 올렸습니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위안부 피해자의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윤미향 전 의원, 해직 교사를 부당 특채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등이 포함됐죠. 야권에선 뇌물·횡령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정찬민·홍문종·심학봉 전 의원이 사면 대상입니다. 정부는 국민 통합과 민생을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취임 2개월여 만에 정치인을 대거 사면한 것을 두고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사면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원수의 특권으로 범죄인에 대한 형벌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하거나, 형벌로 상실된 자격을 회복시켜주는 행위'입니다. 사면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 대통령은 헌법 제79조에 따라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죠. 사면은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뉩니다. 일반사면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며 '죄를 범한 자'를 대상으로 하고,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되는 효과를 가집니다. 반면 특별사면은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고요. '형을 선고받은 자'를 대상으로 하며 '형의 집행이 면제'된다는 점에서 일반사면과 구별되죠. 역대 대통령은 일반사면보다 권한 행사가 더 쉬운 특별사면을 자주 활용했는데요. 일반사면은 역사상 7차례밖에 없었지만, 특별사면은 정부 수립 이후 지난해까지 77년간 모두 108차례 시행됐습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의 첫 특별사면에서 정치인이 다수 포함되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첫 특별사면만큼은 국민 통합과 민생 안정을 위한다는 본래 취지에 맞추려 했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3월 취임 기념 첫 특별사면 때 양심수·일반인에게 초점을 맞췄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3년 4월 첫 특별사면은 공안·시국·일반사범 위주로 이뤄졌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문민정부 이후 유일하게 첫 특별사면에서 정치인 한 명을 복권했는데요. 문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을 신년 특별사면 명단에 넣어 당시 여론의 뜨거운 질타를 받았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 뒤 첫 특별사면 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 다수를 포함해 '재벌 특혜' 논란을 빚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상에서 제외했죠.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언제나 큰 논란을 불렀습니다. 가장 파장이 컸던 '전두환·노태우 사면'이 대표적인데요. 1997년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은 후임으로 당선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회동하며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할 뜻을 전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동의하면서 두 사람은 형이 확정된 지 8개월 만에 풀려났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를 사면했고요.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을 통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2021년 박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이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합니다. 윤 전 대통령이 검사 시절 이 전 대통령을 구속했던 만큼 논란을 낳기도 했죠.
대한민국 역사 속 사면 기록은 삼국시대부터 등장해 고려·조선시대까지 이어집니다. 임금 즉위 등 나라에 큰 경사가 있거나 천재지변이 있을 때 사면령을 내렸죠. 군주제 시대 유산인 사면권은 오늘날 민주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제도화된 형태로 명맥을 유지하는데요. 이는 법치주의의 예외적 수단인 사면권이, 역설적으로 삼권분립을 지탱하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법 절차도 결국 사람의 일이라 오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고, 이에 행정부가 사면권을 부여받아 사법부를 견제하는 것이죠. 사면에 찬성하는 이들은 완벽할 수 없는 사법부의 판결을 조정하기 위해서라도 사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사면은 행정부가 사법부의 결정을 뒤집는 것인 만큼 더욱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