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 운전자가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 수는 2020년 368만 명에서 지난해 474만 명으로 매년 약 26만 명씩 증가했는데요. 부산은 2023년 처음으로 고령 운전자가 30만 명을 돌파(31만4199명), 지난 3월 기준 34만4874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인지 능력이나 위기에 대처하는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신체 조건에 맞는 안전 강화책이 요구되는데, 그중 하나가 면허 반납 제도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반납률은 2.2%. 고령 운전자 100명 중 2명만이 면허를 반납했습니다. 98명은 운전대를 놓는 대신 면허를 갱신하며 운전을 하고 있죠.
65세 이상 운전자 비중이 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사고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보면 65세 이상 운전자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072건 ▷2021년 3만1841건 ▷2022년 3만4652건 ▷2023년 3만9614건 ▷2024년 4만208건으로 늘었습니다.
부산도 마찬가지인데요.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교통사고는 ▷2020년 1934건 ▷2021년 1985건 ▷2022년 2145건 ▷2023년 2393건 ▷2024년 2735건을 기록했습니다.
고령 운전자는 돌발 상황 발생시 브레이크를 작동하기까지 반응 시간이 비고령자에 비해 늦어 사고를 낼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소비자원이 65세 이상 고령자와 비고령 운전자를 각각 17명씩 선정, 시내도로 주행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선행차량 급정거 상황에서 비고령자는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3.09초가 걸린 반면 고령자는 3.56초로 0.47초 늦게 반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 운전자들은 수십 년간 발이 되어줬던 자가용을 포기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직원들은 연말마다 면허갱신 교육을 받으러 온 어르신들로 혼을 쏙 뺍니다. 75세를 넘긴 이가 운전면허를 갱신하려면 3년에 한 번 2시간짜리 교통안전교육을 들어야 하는데요. 치매안심센터의 치매선별검사(CIST)도 받습니다.
고령 운전자가 증가함에 따라 교육 대상자 역시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데, 올해 부산에서는 2만871명이 교육 대상자로 집계돼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었습니다. 지난해엔 1만7780명, 2023년엔 1만3420명이었죠.
어르신들이 공단 교육을 받는 시기는 매년 12월에 집중됩니다. 지난해에는 교육 이수자 1만2260명 중 1월에는 420명만 교육에 참여한 반면, 12월엔 2043명이 몰렸습니다. 대상자의 16.6%가 연말에 면허 갱신을 했죠.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7일 기준 부산지부의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한 어르신은 전체의 36% 수준에 그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용자들의 불편이 불 보듯 뻔하다는 예상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당장 수업 제공량을 늘리기도 어렵습니다. 사람으로 붐비는 연말엔 8시간까지 대기해야 합니다.
대안으로 온라인 교육 이수 등이 제시되는 한편, 이 같은 연말 대란은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 유도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해 부산의 65세 이상 운전자 33만8134명 중 면허를 반납한 이는 1만950명으로, 반납률은 3.23%에 그쳤습니다. 2022년(3.61%)과 2023년(3.54%)에도 3%대의 반납률을 보였죠.
각 지자체는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유도를 위해 노력합니다. 부산시는 면허 반납 시 10만 원이 충전된 선불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남구 연제구 해운대구 기장군 등은 10만~30만 원의 현금 또는 온누리상품권을 추가 제공하죠. 그러나 일회성 지원에 그쳐 극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대중교통 체계를 개선하고, 교통비 지원 금액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배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