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와의 전쟁'

by 연산동 이자까야

지난 19일 오전 경북 청도군 경부선 철로를 달리던 무궁화호 열차에 근로자 7명이 치였습니다. 철로 인근 폭우 피해를 입은 시설물 안전 점검을 위해 선로 위를 걷고 있던 작업자들을, 곡선 구간에서 빠져나온 열차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질주했습니다. 다급히 제동을 걸었지만 속도를 줄이기에는 역부족.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고, 4명이 중상, 1명이 경상을 입었습니다. 부상자 1명을 제외한 근로자 6명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확인됩니다.


청도 열차사고는 6년 전 밀양에서 벌어진 그것과도 판박이입니다. 2019년 10월 22일 경남 밀양역 근처에서 선로 수평 작업을 하던 작업자 3명을 열차가 덮쳤습니다. 사망자 1명, 중상자 2명이 발생한 당시에도 작업은 열차가 운행 중인 선상에서 이뤄졌고, 소음으로 가득 찬 현장에서 근로자들은 열차가 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소홀한 안전관리가 현장 작업자들의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여당 대표의 말처럼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완벽한 인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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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산업재해 근절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입니다. 지난달 포스코이앤씨 사고 이후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돈을 벌러 간 직장이 전쟁터가 됐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사고가 반복되는데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는 명백히 죽음을 방치하거나 용인한 결과"라고도 했습니다. 대통령은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의 면허 취소 검토까지 지시했습니다. 금융권 이용 제한, 과징금 부과 등 앞으로 산재 발생 기업에는 활동 전반에서 강도 높은 제재가 예상됩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사람들은 너무도 많이 죽고 다쳤습니다. 국내 최대 제빵사 SPC삼립 공장에서는 2022~2025년 사이에만 6명이 기계에 끼이는 유사한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에서는 올해 들어 4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달 외국인 작업자가 감전으로 쓰러졌습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137명, 2022~2024년 사망 인원은 1831명에 달합니다.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은 근로자의 목숨값을 응당 치르는 비용으로 여기는 비정한 풍토, 현장의 위험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낳은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을 그대로 비추는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당국은 청도 열차사고에 엄중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경찰과 노동부는 물론 검찰도 전담팀을 꾸려 전방위적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안전 사고와 관련해 검찰이 수사팀을 구성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철도기관사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은 "대표적 위험 사업장인 철도 사업장 사고를 발본색원해 두 번 다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코레일이 선로 2m 이내 작업시 열차 운행을 중단해야 하는 업무 규정을 어긴 정황, 변을 당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투입된 업무는 당초 코레일과 맺은 계약에서 벗어난 것이었다는 점, 이로 인해 급조된 안전 대책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산재 기업에 칼을 빼든 가운데 민간이 아닌 공기업에서 터진 사고라 처벌 수위와 조치에도 관심이 모입니다.


나아가 정부는 20일 중대재해가 발생한 '안전 불감' 기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경쟁입찰을 제한하는 사유에 ‘안전’ 요건을 도입 ▷감점 요인으로 '중대재해 위반' 신설 ▷100억 원 이상 공사에서 정규 배점 항목으로 '건설안전' 포함 등을 공개했습니다. 기업이 스스로 안전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도 담겼습니다. 이 같은 안전관리 강화 조치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기업은 공공입찰 참여에 엄격히 제한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대통령은 SPC삼립 공장 방문 당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추측 가능한 원인은 안전에 들이는 비용과 사고가 났을 때 대가의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정책에서 유도하는 안전사고 예방 비용 확대가 균형을 맞추는 시도인 것도 같습니다. 기업만 옥죄는 조치라고 비판도 나옵니다. 무엇이 옳은지 따져볼 필요는 있겠지만, 공사비가 오르고, 기업이 성장하는 동안,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의 가치도 함께 커졌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세계 10위권 강국에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척박한 노동 현장이 이제는 달라지길 바랍니다.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고 갔던 '삶의 현장'이 '죽음의 현장'이 되어선 안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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