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필리버스터'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개혁입법 열차가 다시 출발합니다. 민주당은 오는 21일 열릴 본회의 때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쟁점 법안들을 순차적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이른바 '방송 3법' 중 이미 처리된 방송법을 제외한 나머지 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더 센' 상법 개정안까지 밀어붙인다는 구상입니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들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예고했지만, 민주당은 24시간마다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는 방식으로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인데요. 필리버스터 정국이 재연되면서 여야 대치는 한층 격해질 것으로 보이죠.
필리버스터는 주로 소수 정당이 다수 정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합법적 수단으로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는 행위를 뜻합니다. 우리 국회법은 '무제한 토론'으로 정의하는데,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의원들이 끝없이 발언을 이어가는 행위라고 설명할 수 있죠.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이때 필리버스터를 끝내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요. 회기가 종료되면서 필리버스터도 종료될 수도 있고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종결 동의'에 서명해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고, 24시간 뒤 무기명 투표를 진행해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강제 종료시킬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필리버스터는 1948년 제헌의회 때 도입됐습니다. 1964년 당시 야당 초선 의원이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첫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인물로 꼽히는데요. 김 전 대통령은 자유한국당 김준연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 통과를 필리버스터로 막아냈습니다. 정부가 주도한 부당한 구속동의안에 맞서 5시간 19분 동안 발언함으로써 임시국회 회기를 마감, 구속동의안을 무산시켰죠. 김 전 대통령의 연설은 국회 최장 시간 발언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단독 의사진행을 막기 위한 소수당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기록은 김 전 대통령의 필리버스터뿐인데요. 이후 필리버스터는 극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사진행 저지'라는 기능을 상실한 모습을 보였죠. 이는 8월 임시국회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민주당은 오는 21일 본회의가 열리면 방문진법 개정안을 첫 표결 법안으로 처리할 계획입니다. 방문진법은 지난 5일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맞서면서 표결에 이르지 못했는데요. 다만 당시 7월 임시국회가 회기 종료로 인해 필리버스터가 중단된 만큼, 국회법에 따라 방문진법은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첫 번째 표결 안건으로 상정됩니다. 민주당은 방문진법 표결 처리 직후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상정해 표결한다는 방침도 세웠고요. 이후 같은 방식으로 23일엔 노란봉투법, 24일엔 상법 개정안을 각각 처리할 예정입니다.
여야 간 정면 충돌은 방문진법 표결 이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쟁점 법안 처리와 관련해 "현재까지는 (국민의힘과 협상할) 계획 없고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고요. 국민의힘은 '2차 필리버스터 정국'을 예고했습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대변인은 "EBS법,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은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악법이 상정되면 필리버스터를 통해 부당성을 국민들께 설명해 드리겠다"고 맞받았죠.
다만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이 필리버스터 중단이 가능한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법안은 예정대로 처리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법안 건당 최대 24시간 동안 무제한 토론이 보장되는 만큼 필리버스터는 25일 중 종료될 전망입니다.